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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인스턴트 라면 업체, 일본 Nissin 본문
국내 언론에서는 마치 한국 라면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2023년 기준으로 한국에 있는 모든 라면회사 매출을 합친 것과 일본 Nissin 식품 한 회사 매출이 비슷하다. 일 예로 한국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파는 농심의 전체 매출은 일본 Nissin 매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Nissin 은 1948년 9월, 대만인 우바이푸 (呉百福) 가 일본에서 창립한 회사이다. 현재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스턴트 라면과 컵라면을 처음 만든 발명가로도 유명하다. 국수를 말려서 보관했다가 먹고 싶을 때 삶아서 먹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기름에 튀겨서 반조리 상태로 만든 후 건조야채와 고기 그리고 조미료를 배합한 분말 스프로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그가 최초라고 한다.
우바이푸는 대만이 일본 식민지 시절이던, 1910년 3월, 대만섬 남서부에 있는 치아이현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부유한 편이었지만, 부모님의 이른 사망으로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할아버지의 의류 사업을 돕다가 23살이 되던 1933년, 일본의 명문 사립대학교, 리츠메이칸 대학으로 유학간다. 그의 전공은 경제학. 유학 중에도 대만에 있는 할아버지 영향으로 일본에서 의류사업을 했다고 한다 (의류 중에서도 주로 내의류 취급).
1945년 8월, 일본이 전쟁에 항복하면서 대만도 독립을 했지만, 그는 대만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본 오사카에서 지내며 이런저런 사업을 하다가 탈세 혐의로 2년간 징역도 산다. 그러던 중 1948년 9월, Nissin 을 설립한다. 당시 창업 아이템은 소금 유통.
이 무렵 일본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농지 오염과 생산인력 급감에 따라 심각한 식량 부족현상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승국 미국으로부터 잉여 생산 밀가루를 대량으로 원조받았다. 일본 정부도 미국산 밀가루를 이용한 분식 보급을 권장하던 시절. 이때부터 일본인들이 아침식사로 빵을 먹게 됐다고 한다.
아직 소금장수에 불과했던 우바이푸는 밀가루를 이용한 사업 아이템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이탈리아식 국수, 파스타 면을 알게 된다. 파스타 면은 밀가루 분말을 올리브유와 반죽하여 면으로 뽑아 건조하면, 보관도 오래 할 수 있고 삶거나 볶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특히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계가 이미 있어서, 기술을 모방하기도 쉬웠다.
아무튼 이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 인스턴트 라멘이라고 한다. 그의 라멘은 밀가루 반죽을 기계로 뽑을 때, 부피를 줄이기 위해 꼬불거리는 형상으로 만든 다음, 밀가루 반죽에 기름을 섞는 대신, 적은 양의 기름으로 많은 국수를 튀겨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당시에도 이미 요리에 많이 사용하던 치킨 스톡(고체형 닭육수) 과 조미료를 배합하여 만든 분말 스프를 튀긴 면과 함께 포장하여 만든 첫 번째 상품이 '치킨라멘' 이었다. 이 제조방법은 1962년에 특허도 획득한다.
※ Nissin 의 치킨라멘이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멘이라는 데는 반론이 많다. 첫 번째 반론은 대만 면요리, 지쓰미엔(雞絲麵) 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국 중국요리집에서 파는 기스면도, 원조는 지쓰미엔. 하지만 모양과 맛은 조금 다름). 이 요리도 가느다란 국수를 기름에 튀긴 후, 보관했다가 닭육수에 말아먹는 요리이며, 이미 오래전부터 조리법이 알려져 있었다. 더구나 비슷한 시기 대만계 일본인, 장국문(張國文)도 비슷한 방법으로 만든 장수면(長寿麺: 오래 보관이 가능한 면) 을 Nissin 보다 먼저 상품화한 적이 있었다고 하며, 또 다른 대만계 일본인, 진영태(陳栄泰)가 만든 라멘도 비슷한 제조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제품은 Nissin 보다도 더 먼저 백화점에서 고가에 팔리고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인스턴트 라멘 특허를 먼저 획득한 건 Nissin 이다.
1958년 8월, 판매가 시작된 Nissin 치킨라멘은 기대보다는 잘 안팔렸다고 한다. 문제는 가격. 당시 생라면과 우동을 한 그릇에 6엔이면 먹을 수 있었는데, 치킨라멘의 출시 가격은 35엔이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전쟁의 특수로 일본 경제가 무서운 속도로 회복하고, 도쿄 올림픽 개최까지 결정되면서 새로운 식품인 Nissin 라멘도 매출이 급증한다.
여담이지만, 한국이 인스턴트 라면을 먹기 시작한 것도 지금은 일본 Nissin 의 자회사가 된 묘조식품 (明星食品) 덕분이라고 한다. 1961년 제과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삼양식품 (당시 삼양제과) 사장, 전중윤은 당시 일본에서 히트치고 있던 인스턴트 라멘을 알게 되었고, 1963년 초, 일본 묘조식품의 라멘 생산기술을 전수받아 1963년 9월,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출시하게 되었는데, 그 제품이 지금도 팔리고 있는 삼양라면이다.
1966년, 당시 56세였던 우바이푸는 일본인 아내의 성을 따라, 일본 이름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로 개명한다. Nissin 은 1971년에는 세계 최초로 컵라면을 출시하면서, 매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컵라면은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 대량 비축용 비상식량 대상이 되기도 하고, 여러 나라를 경유하는 비행기의 기내식으로도 채택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 Nissin 창업자의 가족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일단 창업자는 공식적인 아내만 3명이 있다. 대만인 아내 2명, 일본인 아내 1명. 하지만, 알려진 바로는 결혼하지 않은 일본인 첩도 있었다고 한다. Nissin 의 2대 사장이었던, 안도 히로토시(安藤宏寿)는 1번째 대만인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현재 사장은 3번째 일본인 아내, 안도 마사코(安藤仁子)와 낳은 아들 안도 코우키(安藤宏基)의 아들이다.
2007년 1월, 96세의 나이로 창업자가 사망했지만, Nissin 은 현재까지도 라면 매출 세계 1위 업체이다. 현재 사장은 창업자의 3대 후손인 안도 노리타카 (安藤徳隆). 현재 Nissin 은 일본 매출보다 해외 매출규모가 훨씬 크다. 일찍부터 해외 지사와 함께, 현지 기업과의 합자회사도 적극적으로 설립한 덕분이다. 반면 한국 농심은 해외 매출 비중이 37% 정도라고 한다.
Nissin 주식은 일본이외에 홍콩에도 상장되어 있으며,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 라면 회사들이 라면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으로 상품군이 다양해지면서, 라면 매출 순위에서 제외되는 회사들이 생겼다. 대표적으로 몇 년전까지만해도, 세계 1위 라면 업체는 중국 통이 (Tingy) 였지만 음료 매출이 라면보다 커지면서, 라면업체 순위에서 제외되었다. 현재 공식적인 라면업체 1위는 일본 Nissin, 2위는 인도네시아 IndoFood, 3위는 일본 Toyo 수산, 4위가 한국 농심 이다.
※ Nissin 치킨라멘 광고 동영상 : https://youtu.be/zcrDwpRtg90?si=IXbDSVYnviTXTB1j
※ 1963년 Nissin 치킨라멘 TV 광고 동영상 : https://youtu.be/39oC_nHDJwQ?si=lzjiNhn4WMD8La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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