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 April in TISTORY
현대차의 보스톤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인수에 대한 생각 본문
※ 작성 내용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로봇분야에 오래 있다 보니, 이번 현대차의 보스톤다이나믹스 인수 뉴스가 인터넷에 공개되자마자 여기저기 지인들로부터 SNS을 통해 내 의견을 묻는 연락이 왔다. 보스톤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라는 로봇회사의 정체부터, 현대차가 왜 그 회사를 인수했고, 그래서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난들 알겠냐마는 그냥 모르겠다고 하기도 뭐해서, 짧게 의견을 보냈다. 그때 한 이야기를 여기에 요약해 보겠다. 되도록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흔한 정보는 제외했다.
1)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정체는?
한마디로, 남이 사고 싶은 로봇보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기본적으로 돈 벌 생각이 없고, 남의 돈으로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려는 회사라고 봐야 한다. 더구나 보유 기술도 너무나 폐쇄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 역량에 대해서도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등의 제한된 정보만으론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미국 국방성 예산도 많이 지원 받았다. 전쟁 터의 험난한 지형에서도 군인과 동행하며,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을 개발하며, 인지도를 크게 높였지만, 결과적으로 큰 예산을 투자했던 미국 국방성은 해당 연구 결과물의 사용을 포기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실패한 기술이다.
미국 구글(Google)이 한창 사업 영역을 확장하던 2013년 12월에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인수하지만, 4년도 안되어 (2017년 6월), 일본의 기업 되팔이 전문 업체, 소프트뱅크(Softbank)에 팔아버린다. 당시 로봇업계에서는 너무 고 자세인 보스톤 다이나믹스가 자초한 일이라는 소문이 많았다. 사실상 이 때부터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한다. 좀 과한 해석일지 모르겠지만, 이 시점부터 미국은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버린 것 같다. 현재는 3~4년마다 미국-일본-한국으로 주인이 바뀌고 있다.
필자는 보스톤 다이나믹스가 일본 소프트뱅크에 팔렸을 때, 아~ 이제 소프트뱅크의 안내로봇 페퍼(Pepper)가 뛰어다닐 수도 있게 되는 것인가? 하고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로봇 페퍼도 사실은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프랑스 로봇업체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뒤에도 모기업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스팟(Spot) 이라는 장난감 만든 것 말고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주 수입은 자신들의 모회사였던 구글이 유튜버에게 주는 돈이다. 최근에 미국 국방부 예산으로 만들었던 4족 보행 운반 로봇 빅독(BigDog)의 장난감 버전, 스팟(Spot)을 만들어서, 8천만 원에 판다고 발표했지만, 딱 봐도 많이 팔릴 로봇이 아니다. 20년 전에 일본 소니(Sony)가 500만 원 정도에 판매했던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가 떠오르는 건 나뿐인가?
로봇분야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그나마 경쟁력 있는 기술이 있다면, 보스톤 다이나믹스가 개발한 독특한 액추에이터(actuator) 이다. 정식 명칭은 모르겠다. 기존 로봇들은 기본적으로 배터리 등의 전원장치로부터 공급받은 전기로 모터를 회전시켜서 거기서 생기는 기계적 에너지로 로봇을 움직인다. 하지만,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인간의 몸에서 혈관을 통해 전달되는 피 (blood)로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방출하여 근육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원리를 모사하여, 자신들만의 독특한 액추에이터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은 비밀유지를 위해 특허출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Dennis Hong (미국 UCLA 교수) 세미나를 통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보스톤 다이나믹스 액추에이터와 가장 유사한 기술을 적용한 로봇 (알프레드) 동영상 : youtu.be/5xHtfD_Hewk
2) 현대차가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이유는?
한마디로, 초조함의 발로(發露)인 것 같다.
지금 전기차 분야를 리드하는 것은 누가 봐도 테슬라(Tesla) 자동차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듣보잡, 아니 사기꾼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테슬라는 현재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함께 세상을 바꿀 혁신을 이끄는 회사로 인식되고 있다. 아직도 테슬라에 비판적인 사람이 상당히 많겠지만, 일단 테슬라는 배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기차 부품을 자체 기술로 제작하고, 완성차까지 만드는 회사이다. 더구나 과거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그다지 주류 기술이 아니었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기술 (자동운전 포함)과 이를 위한 위성통신 기술까지 모두 보유한 거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대차 같은 자동차 하드웨어 기업은, 말(馬)도 없는 마차(馬車)나 만드는 구닥다리 기업 같이 보일 수도 있다.
미국 애플(Apple Inc)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아이폰(iPhone)이라는 새로운 휴대폰, 스마트폰(smart phone)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당시에 휴대폰 1등 기업이었던 핀란드 노키아(Nokia)를 포함한 많은 기존 휴대폰 기업이 사실상 망하게 되었고, 그 뒤로 너도 나도 아이폰 따라하기 바빴던 역사를 모두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의 지배력은 아직도 유효하다. 아마도 그 핵심은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테슬라의 소프트웨어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다.
테슬라의 차량용 자체 컴퓨터 개발과 전용 소프트웨어 관련 동영상 : youtu.be/bZxTG7DmB_0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현대차는 테슬라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고, 자기들 완성차에 테슬라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넣어서 파는 회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미국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 라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를 넣어서, 갤럭시를 출시하고, 애플에 부품을 팔고 있는 것처럼.
필자 생각에는 겉보기에 그럴 듯한 보스톤 다이나믹스 같은 회사를 인수하기 보다는,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개발 신생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훨씬 좋은 투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현대차와 현대그룹사 내부 사정을 모르니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3) 일본 소프트뱅크는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왜 현대차에 팔았을까?
일본 매체에 따르면, 현재 소프트뱅크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Elliot)에게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엘리엇은 한국 기업에도 악명 높은 기업 사냥꾼이다. 이미 현대 자동차도 당한 바 있다. 이런 엘리엇이 요즘 일본 소프트뱅크 주식을 수조 원씩 사들여서, 소프트뱅크의 불투명한 대외투자 결정에 대한 개선을 빌미로 경영권에 간섭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엘리엇의 요구는 타당한 범위에 있다. 소프트뱅크의 기업 인수나 비젼펀드 운영 등은 기업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손 사장의 독단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최대한 현금을 확보한 후, 자사주를 매입하여, 자사의 상장을 폐지하려고 한다. 돈으로 자기 회사 경영에 간섭하는 외국 회사 꼴을 보기 싫다는 것이다. 자기들도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일본 소프트뱅크가 현대차에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지분을 팔아버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가장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손 사장은 아직 보스톤 다이나믹스에 미련이 있는지, 보스톤 다이나믹스 지분 20%를 아직 팔지 않고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왜 대상이 현대차인지는 잘모르겠다. 소프트뱅크의 손 사장이 왜 중국이나, 미국의 아마존(Amazon) 같은 회사에 팔지 않고, 한국의 현대차에 팔았을까? 일단 손 사장이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이 버린 기업이라고 하지만, 어찌됐건 한 때는 미국 정부예산도 많이 투입한 미국 회사였으니까. 우리가 알 수 없는 소프트뱅크와 현대차의 밀약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손 사장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분명히 전기차나 수소차 분야가 담겨 있어야 할 테니.
4) 현대차는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언론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로는 현대차는 전체 사업예산의 20% 비중으로 신개념 모빌리티 분야에 로봇기술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한다. 최근 현대그룹 임원인사에서도 근력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을 연구하던 책임연구원급 40대 나이의 연구자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아마도 기업 전체 전략에 짜 맞추어, 세부 로봇 전략과 기술투자 방향을 그리는 것은 신임 로봇 상무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에 걸맞는 수준인 몇조 원 단위의 사업으로 5년 안에 성장시킬 수 있는 로봇 사업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최근 인수된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활용 방안까지 마련해야하니, 여러가지로 골치아플 것이 뻔하다.
일단, 현대차가 보스톤 다이나믹스로 뭐라도 해볼 생각이라면, 현재의 보스톤 다이나믹스 사장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없다면, 아쉽지만, 사장을 교체하는 방법 말고는 없어 보인다. 그렇게 인수한 회사의 의사결정권을 확보한 후, 현대차에서 원하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비전을 명확히 전달하여,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할 것이다. 만일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련 없이 중국에 팔아버리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독일의 자존심이었던, 로봇 기업 KUKA가 중국의 냉장고 제조업체에 팔려 버린 것처럼.
5) 현대차는 보스톤 다이나믹스에서 전기차를 출시해보면 어떨까?
필자의 망상일 수도 있지만, 내가 현대차 사장이라면, 보스톤 다이나믹스 브랜드로 전기차를 만들어 볼 것 같다. 첫번째 이유는 현대차의 기존 노조와의 갈등문제를 어느 정도는 우회하면서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두번째 이유는 미국 기업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Boston 이라는 미국의 지역명이 회사명에 박혀있음), 거기다 세계 최고의 첨단 로봇 기술 보유 기업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브랜드를 극대화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스톤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에서 전기차를 만들면 네발로 걸어야할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건 미래를 위한 꿈으로 제시하고 지금 현실에서는 로봇 기술을 활용하여 최첨단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접근방법은 아주 좋은 생각이 아닐까? 세번째 이유는 만약에 추후 미국 증시에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자회사로서 상장할 생각이 있다면, 보스톤 다이나믹스든 현대차든 두 회사 모두의 가치평가를 훨씬 더 높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어정쩡하게 따로 노는 듯한 양사의 불협화음보다는, EV로 뭉쳐져서 미국 Tesla 자동차의 아성에 도전하는 미국+한국 혼혈 회사로서의 새로운 캐미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까 한다.
저작권법에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닌지 조금 겁나지만, 위에 있는 보스톤 다이나믹스와 현대차 EV의 합성 이미지는 전혀 공식적인 로고가 아니며, 단지 필자의 상상과 희망사항을 반영한 가공의 허상일 뿐이다. 이해 당사자들과 그 외 대중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Hyundai motors x BTS 동영상 : https://youtu.be/GJZeMgqQMjA
※ 아래 동영상은 2021년 10월, 미국 CNBC에서 취재한 최근 Boston Dynamics 상황이다. 일단 회사 소유주인 한국의 현대차와 일본 Softbank에 대해서도 꽤 많은 분량 언급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현대차의 자동차 생산경험을 통해 Boston Dynamics 도 로봇을 대량 판매하는 회사로 발전하고 싶다고 하며, 그 선두주자로 물류 상하차 로봇인 스트레치(Stretch)를 언급하고 있다.
+ 전기차 회사, Tesla 가 휴머노이드 로봇 (2족 보행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 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후, 2022년 10월 실제로 로봇 옵티머스 (Optimus) 를 처음 시연하였다. 이 뉴스를 접한 로봇 업계 사람들은 이제 Boston Dynamics 의 독점적 위치도 끝났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아래 Tesla 가 최근 발표한 동영상을 보면, 같은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Tesla's Robot, Optimus 동영상 : https://youtu.be/2dS0aDMQo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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