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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업체가 없는 원자력 핵심기업, 미국 BWX Technologies 본문
※ 이 글은 필자가 2021년 10월, 다른 블로그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기업의 상세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비슷한 회사조차 없고,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미국 원자력 핵심기술 보유회사, BWX Technologies.
이 기업을 한마디로 말하면,
"미군의 모든 핵추진체 엔진과 그 연료를 생산하는 유일한 민간 기업"
과거도 그렇고 현재까지도 경쟁 기업은 없다.
약칭 BWXT 로 불리는 이 기업은 그 뿌리를 1867년, 스테판 윌콕스(Stephen Wilcox) 와 조지 허먼 밥콕(George Herman Babcock) 이 미국 동부 로드 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설립한 회사, B&W 에 두고 있다. 창업 당시 사업 아이템은 증기 기관에 사용되는 튼튼한 보일러(증기 발생장치) 제조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고열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거나 얼마 안 가서 고장 나는 증기기관용 보일러가 많았는데, B&W 제품은 그 내구성이 좋았다고 한다.
당시 B&W 의 스팀 보일러는 동시대의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이 백열전구에 공급할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로도 사용되었다. B&W 의 창업 아이템은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한다.
※ 1867년 한국은 조선말기 이하응(흥선대원군) 이 통치하던 시기로 경복궁 재건 사업이 시작된 해.
1902년, 미국 뉴욕 최초의 지하철 노선이 만들어지던 시절, 이 지하철에 공급할 전기도 B&W 가 제작한 전기발전용 보일러로 공급되었으며, 이때의 발전용 보일러 기술은 나중에 화력발전소에 사용되는 증기 발전기가 되었다.
B&W 가 원자력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1942년, 미국이 비밀리에 진행한 맨해튼 프로젝트는 독일 나치가 기반을 다져 놓았던 핵폭탄 기술을 실제 전쟁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때 시카고 대학과 함께 핵 반응로를 제작하고, 여기에 사용할 우라늄 정제 장치를 개발한 업체 중 하나가 B&W 이다. 이 당시 제조된 총 3개의 핵폭탄 중 2개가 1945년 8월, 일본에 투하됐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1953년 3월, 소련의 최고 지도자 스탈린이 갑자기 사망하고, 6월에는 미국의 핵폭탄 기술을 소련에 팔아넘긴 로젠버그 부부가 간첩혐의로 사형, 7월에는 3년간의 한국전쟁이 정전. 이렇게 공산국가와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던 시절에, 미국은 연료 문제없이 은밀하게 대륙간 수중 이동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를 개발하게 되는데, 이때 잠수함용으로 개발된 소형 핵추진체가 B&W 의 작품이다.
요즘들어 차세대 원전 기술이라고 언급되는 SMR (소형 모듈형 원자로) 도 따지고 보면, 1950년대 이미 B&W 가 개발한 소형 원자로의 파생기술일 뿐이다.
2000년 2월, B&W 는 파산신청을 하게 된다. 이유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민간 원전 사고 중 하나인, 1979년 3월 발생한 Three Mile Island 사고의 초기 원인이 B&W 가 공급한 부품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긴 소송을 하던 중이었고, 거기다 당시 판매하던 산업용 보일러에 사용된 석면이 생산직원과 사용자에게 폐암유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수천 건의 피해보상 소송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투자기관과 금융권의 도움으로 B&W 는 회생한다.
2009년 6월, B&W 는 mPower 라는 지하 격납이 가능한 125MW 급 소형 모듈식 원자로를 발표한다. 요즘 말하는 SMR 이다. 하지만 mPower 는 시제품까지는 제작되었으나, 실용화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다.
2015년 6월, BWXT 가 설립된다. B&W 는 당시 미국 내륙의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건설 특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까다로운 미군을 상대해야 했던 원자력 사업부서를 따로 분리하여 별도의 회사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BWXT 는 설립 후 약 8년이 지난 2024년, 연매출 약 4조 원의 회사로 성장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B&W 매출의 거의 2배에 가깝다.
현재 BWXT 의 사업영역은 크게 방산과 민수 분야로 나누어져 있으며, 방산은 미군을 상대하는 핵추진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핵추진 우주선에 사용되는 소형 원자로와 농축 우라늄 연료를 생산·보관·공급하는 사업이다.
2023년 7월, BWXT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으로 미군에 제안한 세계 최초의 핵추진 우주선에 사용될 HALEU (High Assay Enriched Uranium) 연료를 사용하는 액체수소 가열식 원자로를 BWXT 가 공급하도록 계약했다고 한다.
※ 핵추진 로켓 개발은 약 7천억 원 규모의 과제로, Space X 발사체에서 사용하는 화학연료 방식의 로켓 엔진보다 추력은 2~3배 강하고, 초 장거리 우주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 단점은 추진 노즐에서 방사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1단 로켓은 기존 기술을 사용하고, 지구 밖으로 나간 후에는 핵추진체를 사용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음.
민수 사업분야는 주로 민간 원자력 발전소용 각종 소모성 부품과 센서 등을 제조 판매하며, 최근에는 의료용 방사성 치료장치 제조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BWXT 는 고농축 우라늄(HEU) 를 제조하고 소유할 수 있는 민간기업 2개 중 1개 업체라는 것이다. 실제 HEU 생산 시설은 미국 버지니아주 린치버그 본사에 있다. BWXT 이외에 HEU 를 제조, 소유할 수 있는 다른 민간기업은 일본의 NFT (Nuclear Fuel Transport) 이다.
BWXT 는 2022년 말 기준 약 7천 명의 직원이 있으며, 미국 이외에 영국과 캐나다에도 해외 지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으며 티커는 BWXT 이다. (분사되기 전의 B&W 는 현재 화력발전 사업만 하고 있으므로 헷갈리지 않기 바람. 별도로 상장되어 있음)
※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의 엔진기술자 교육과정에 대한 동영상 : https://youtu.be/kU4Jzcj3bhM?si=IawhFsaMO5CDpa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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