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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oyota, 전기차에 대한 고민 본문
+ 이 글은 일본과 미국에서 공개된 Toyota 자동차의 전기차에 대한 여러 의견을 취합한 요약본.
세계에서 차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 일본 Toyota 자동차.
하지만 전기차 때문에 이제 그 명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난을 자국과 해외에서 끊임없이 받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자국에서의 이미지는 찬반이 있지만, 어찌 됐든 몇십 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일본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모이는 곳임에도 왜 전기차에 대해서는 계속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지 적어 보겠다.
차가 팔리는 곳에 충전 시설이 없다
일본에 본사가 있는 Toyota 자동차는 생산 차의 15% 만이 일본에서 팔리고, 그나마도 수익이 크지 않은 중소형차가 대부분이다. 85% 가 넘는 대부분의 생산 차는 외국에서 팔린다. 그중에서 중국과 동남아 등의 아시아, 중동과 남미 지역에 팔리는 비율도 미국과 유럽 못지않게 높은 편이다. 즉 전 세계에 지역적 편중 없이 전체적으로 잘 팔리는 차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 중 전기차를 충전할 인프라를 가지고 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동남아? 산유국이 즐비한 중동? 아니면 남미? 심지어 일본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전기차 충전소가 많지 않다. 미국 Tesla 자동차처럼 충전시설 보급사업까지 자동차 회사가 자력으로 할 생각을 Toyota 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전기 공급 시설과 같은 사회 인프라는 국가나 국영기업이 할 일이지, 특정 자동차 회사가 할 일이 아닌 것이 맞기는 하다.
더구나 세계 자동차 협회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이 되어도 전 세계에 팔리는 자동차의 50% 이상은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럭 등의 대형 차량을 제외해도 전망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Toyota 는 기존 자동차에 비해 연비가 훨씬 좋은 하이브리드(가솔린 엔진+전기 모터) 차를 독보적으로 많이 팔고 있는 회사 중 하나이며, 전기차에 버금가는 에너지 가격대비 이동거리로 고장 없이 오래 탈 수 있는 차를 팔고 있다. 가솔린과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은 어차피 과도기적 기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와 같이 Toyota 보다 더 완성도 높고 싸게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 한, 급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보수적 경영이 고착화된 Toyota 기업문화에서는 전기차는 연구개발 대상으로는 가치가 있지만, 아직 상품을 팔 수 있는 시장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한마디로 아직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오지 않았고, 전기차 충전 시설이 어느 정도 보편화된 후에 전기차 시장에 진입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허접한 배터리 기술 수준
Toyota 는 어느 자동차 회사보다 이른 시기인 1993년 2월부터 전기차 (모델명: Townace, Crown Majesta EV) 를 생산하여 판매한 경험이 있으며, 수십 년에 걸친 전기차 생산 경험을 토대로 여러 전기차 부품 기술도 자회사인 Denso 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경험들이 현재의 Toyota 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
사실 현재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2차 전지 (충˙방전을 하며 반복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 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은 일본이다. 이 기술로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Akira Yoshino 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고, 이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제품을 만든 것도 일본 SONY 가 1991년, 캠코더용으로 만든 반복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였다. 이런 배터리 기술은 다시 일본 파나소닉이 발전시켜, 노트북 컴퓨터용 배터리 형태로 대량 보급되었고, 이때의 원통형 배터리가 미국 Tesla 자동차의 전기차 배터리 모태가 되었다. 하지만, 처음 상품이 나온 지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2차 전지는 기술적 진보가 별로 없다. 여전히 충전시간은 오래 걸리고, 터지고, 불 날 위험이 있다.
돈 받고 자동차를 파는 업체 입장에서 현재의 전기 배터리는 너무 형편없는 에너지 밀도 (무게 대비 발현 가능한 에너지양)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물리적 충격에도 약해서,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의 안전성 확보도 매우 어렵다. 자동차의 본질은 안전하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이다. 그런데 현재의 배터리 기술은 작은 휴대폰에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에너지 저장 매체이다. Toyota 입장에서는 장난감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형편없는 기술을 수천만 원짜리 상품에 넣고, 팔겠다는 걸로 보이나 보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수명이 통상적인 자동차 수명보다 짧으며, 수명이 다 된 배터리는 최악의 환경파괴 쓰레기이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지만, 아직 어느 정도 재활용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지 그리고 비용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검증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기존 자동차에서는 에너지 저장장치 (연료 탱크) 가 따로 수명이 있어서 교환을 해주어야 하는 대상도 아니었고, 교환된 에너지 저장장치의 환경오염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탈탄소가 목적이라면, 수소 전기차
위에서 언급한 배터리 기술의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 때문에, Toyota 자동차 경영진은 탈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로 순수 전기차보다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 자동차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한다. 다만,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의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문제는 전기차의 전기 충전소 부족 문제와 마찬가지이지만, 저개발 국가에서도 이미 LPG 나 부탄/프로판 가스를 취급하는 사설 업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전기 충전소보다는 수소 충전소 보급이 더 쉽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소 전기 승용차는 Toyota Mirai.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2만 대 정도 판매되었다고 한다. Toyota 의 다른 럭셔리 모델, Lexus 와 같은 가격대에 동급 수준의 품질로 제작되고 있으며, 향후 세단부터 SUV 트럭까지 전 모델에 걸쳐 수소 전기차 출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사실 Toyota 를 제외한 다른 자동차 회사도 수소 전기차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장거리 운송에 사용되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Toyota 는 운송용 트럭은 생산하지 않고 있음에도 수소 전기차 개발에 있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 Toyota's Hydrogen-fueled EV engine : https://youtu.be/6liX9KuSwkk
안전하고 고밀도 에너지를 가진, 전고체 배터리 기술 최강자 Toyota
전고체 배터리는 액상 전해액을 사용하는 배터리에 비교되는 고체형 배터리를 말하는데, 건식/습식으로 나누어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Toyota 자동차 기업철학으로는 현재의 배터리 기술은 자동차에 사용할 수 없는 원시적 기술로 보고, 실제 사용 가능한 폭발 위험이 없고, 에너지 밀도도 현재의 액상 배터리에 비해 몇 배나 높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주요 15개국 출원특허 기준으로, 세계에서 전고체 배터리 관련 가장 많은 특허 보유 기업은 일본 Toyota 이며, 2위인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도 꽤 있는데, 가격 때문이다. 언젠가는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되겠지만, 현재의 습식 배터리와 경쟁이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2023년 2월, 세계 리튬생산 1위 업체, 중국 공산당 소유기업, Ganfeng Lithium (강봉 리튬) 이 연내에 반고체 배터리를 양산하여, 중국 전기차 업체와 함께 제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가격은 기존 배터리와 큰 차이가 없지만, 폭발 위험을 크게 줄였다고 한다. 반고체 배터리는 현재의 습식 배터리에 사용하는 전해액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배터리가 손상되더라도 누수가 안되도록 액체와 고체 중간 성질을 가진 물질로 가공한 것이다. 에너지 밀도 향상보다는 안전성 향상에 중심을 둔 기술이다.
미국보다 무서운 중국 공산당 (중공) 전기차
Toyota 가 2022년 12월 발표한 2023년 계획에는 전기차 표준 플랫폼, e-TNGA 의 구체적인 개선 계획과 또 다른 Toyota 전기차 전용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기존의 e-TNGA (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는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엔진도 수용 가능한 다목적 전기차 플랫폼이었는데, 2022년 7월, e-TNGA 플랫폼 전기차에서 주행 중, 휠이 빠질 수 있는 결함이 발견되어, Toyota 자동차의 명성에 큰 손상을 주고 말았다.
+ Toyota bZ4X 전기차 리콜 설명 동영상 (일본어) : https://youtu.be/nWU8w-xxHzQ
하지만, 일본 언론에 따르면, Toyota 가 최근 전기차 전략을 크게 변경하게 된 계기는 이런 구체적인 기술적 문제보다는 중국의 수많은 전기차 업체의 약진이 더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사실 중국이 전기차를 앞 세워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은 Toyota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는 있지만, 동시에 서로를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공생해 왔는데, 중국 전기차 업체는 이전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파괴적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사람이 전기차는 유럽에서 많이 팔린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에 판매되는 전기차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팔리고 있다. 그리고 중국 내 판매 1위 전기차 업체는 중국 기업 BYD 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중국은 공산당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왜곡된 시장이며,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정상적인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전기차 시장을 키우고 있는 반면, 유럽은 2022년 하반기부터 전체 판매 차량에서 전기차 비율이 오히려 하락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차 보급의 양적 성장에서 중국을 넘을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 점을 Toyota 를 포함한 기존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두려워하고 있고, 목표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몇십 년간 구축한 서플라이 체인의 붕괴
사실 이 문제는 혁신 기술이 등장할 때, 기존 기술로 먹고살던 업체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이지만, Toyota 의 경우에는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느끼게 한다. 일본 자동차 부품 업체는 매출 규모에서 세계 상위권에 다수의 업체가 포함되어 있다. Denso, Yazaki, Sumitomo Electric, Panasonic, Hitachi Astemo, Mitsubishi Electric 등. 그런데 이런 업체들 중 Toyota 가 전기차로 제품을 모두 변경하면, 결국 다른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차를 계속 만들고 있는 업체에 붙어서 생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일본 제조업의 프라이드, Toyota 에게 시간이 필요한 이유이다.
+ 국내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지만, 미국에서 매년 실시되는 주행거리 대비, 고장 없이 처음 샀을 때의 성능을 유지하는 신뢰도 높은 차 순위에서 매년 예외 없이 Toyota 자동차가 1등을 하고 있다. 2등도 Toyota 의 럭셔리 브랜드 Lexus 이다. 해당 순위에는 제조사와 상관없이 전기차는 짧은 역사 때문인지 1대도 없다.
(출처: USA Today 2022년 11월 15일 기사, https://www.usatoday.com/story/money/cars/2022/11/15/reliability-cars-consumer-reports-ranking/10703135002/)
+ 이 글을 포스팅한 날로부터 이틀 후인 2023년 1월 24일, Toyota 사장이자 창업자의 직계 4대손인 Akio Toyoda 가 13년 만에 CEO 에서 사임했다. 후임자는 Toyota 의 프리미엄 모델 Lexus 사업부의 사장이었던, Koji Sato (1969년 10월 도쿄출생, 와세다 대학 기계공학과 졸업) 이며, 2023년 4월 1일자로 새로운 CEO 가 된다. Koji Sato 의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2022년 12월 태국에서 개최된 Toyota 수소 전기차 홍보를 위한 레이싱 행사장에서 Akio 사장이 불러서 가봤더니, "사장 해주지 않을래?" 라고 이야기해서, 뭐라고 대답해야될지 몰랐다고 한다. 2023년 1월 26일, Toyota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신임 사장의 목표는 Toyota 를 더 이상 자동차 만드는 회사에 머물지 않고, 모빌리티 전반에 걸진 제품과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한다. 업계에서는 Akio 사장 체제에서는 Toyota 의 전동화 전략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 2023년 2월, 신임 Koji Sato 사장의 발표에 따르면, 전혀 새로운 공정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BEV (Battery EV) 를 2026년까지 Lexus 브랜드로 출시하겠다고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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