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 April in TISTORY

수중 작업 로봇 (robots for underwater operation)과의 만남 #1 본문

로봇(Robot)

수중 작업 로봇 (robots for underwater operation)과의 만남 #1

roap 2020. 5. 18. 10:56

KIRO에서 개발한 수중청소로봇 (2007년 - 2019년)

무모한 시작

내가 수중 작업 로봇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7년도에 어떤 준설업체 사장이 나에게 찾아오면서부터였다.

당시 그 중소기업은 특정 대기업 수처리 시설만 전담하여 관리하면서 먹고 살았는데, 새로 취임 한 사장은 비슷한 시설을 가지고 있는 다른 대기업도 고객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헌데, 다른 수요처의 수처리 시설 답사를 다녀보니,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일단 돈이 되는 수처리 시설은 대부분 사람이 들어가 수작업을 하기에 너무 위험할 뿐만 아니라 작업 조건도 까다로웠고, 이미 보유하고 있는 준설장비 투입도 불가능하거나, 너무 큰 비용이 들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업체 사장이 프랑스에서 열린 준설장비 관련 전시회에서 수처리 시설에 투입되어 활용되는 로봇을 우연히 발견하였고, 로봇 구매나 기술도입을 문의해 보았지만, 문제는 도입을 해도 도입원가를 회수 하는 데만도 8년 이상이 소요되고, 설령 도입하더라도 해당 장비를 운용할만한 인력도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거기다 작업이 가능한 조건 (전원사양, 작업거리, 수심, 후처리 조건 등)도 국내 실정과는 매우 달랐다고 한다.

아무튼 해당 국내 업체와 그 뒤로도 여러 번 기술자문 명분으로 연락을 하면서, 국내 개발 쪽으로 방향을 정하게 되었고, 세부개발 목표사양과 개발 기간이나 비용을 조율하여, 결국 전액 업체부담으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대담한 결정이었다.

발을 담그다

당시에 내가 근무하는 연구기관은 새로 건물을 신축하여, 건물 지하에 다 만들어지지도 않은 수중로봇 연구용 개방형 수조(water tank)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아무도 사용할 계획이 없어서였는지, 마무리 공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본래 완공 계획이 있었는데, 문제가 발생하여 건물을 완공한 후에 취소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위에서 설명한 기업체 과제를 위해서 그 연구용 지하수조를 사용할 테니, 마무리 공사를 해달라고 기관장에게 요청했고, 비용절감과 급수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시설 관리자가 아닌 연구원들까지 투입되어 조기에 지하수조가 완공되었다. 이제 인프라는 준비 됐으니, 본격적으로 수중 준설작업 로봇 개발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008년 1월, 지하수조 마무리 공사 모습

 

처음 개발했던 로봇은 고성능보다는 실용성 있는 현실적 목표와 일정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다.

터프한 수중 작업환경에서 로봇에 적용 가능한 수중모터를 구할 수가 없었다. 2007년 당시, 국내 업체 중 유사한 부품을 제작하는 업체는 모두 수중펌프용 모터만 제작이 가능했고, 해외의 경우도 수중펌프용이 아니면, 연구용 수중로봇의 추진체용 모터만 구할 수 있었다. 겨우 찾아낸 외국의 수중모터 주문제작 업체도 주로 군사용으로만 제작하고 있어서, 다른 나라로 수출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개발 비용과 기간이 충분하다면, 자체 개발도 못 할 것은 없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결국은 그나마 개조가 가능한 수중펌프용 모터를 사용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수중펌프용 모터는 속도제어가 불가능하다. 그냥 켰다 껐다 하면, 일정한 속도로 정해진 방향으로 회전하거나 멈춘다. 헌데, 유럽 업체 중에 조금 특이한 수중펌프용 모터를 제작하는 회사가 있었다. 로봇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대로 된 속도 조절은 어려웠지만, 3단계로 변속이 되고, 역회전도 가능했다 (심지어 클러치도 달려 있었음). 겨우겨우 유럽 업체로부터 이 특이한 수중펌프용 모터를 구해서, 전원사양과 제어방식을 개조하여, 약속한 기한 내에 첫 번째 수중 준설 로봇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몇 년 후의 이야기지만, 결국은 로봇용 수중모터는 자체개발하여 가장 핵심이 되는 부품의 국산화 및 기술 보유에 성공하였고, 기존 수중모터 대비, 동일 소비전력에서의 출력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수중모터의 사용 안전성에 많은 영향을 주는 누수(leaking) 대응기술은 유럽산 구닥다리 수중모터 설계˙제작 기술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모터와 같은 회전축이 있는 모든 구동장치는 수중에서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메카니컬 실 (mechanical seal) 이라는 방수용 부품이 모터 안에 들어가는데, 이 부품도 구현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어서, 나에게 필요한 내구성 (정상 동작시간) 보장을 하는 건, 유럽산 뿐이었다.

그리고 누수가 발생하면 안 되겠지만, 만약 발생하더라도 치명적인 시스템 손상이나 복구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구닥다리 유럽산 수중모터는 누수가 발생하더라도, 모터 안쪽으로 스며 들어간 물이 어느 한 곳에 모이도록 물길을 만들어 두어서, 누수 발생 직후 모터에서 보내 온 신호를 감지하여 응급조치를 하면, 모터의 즉각적인 오동작이나 치명적인 손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안전설계가 되어 있음을 아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역시 1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유럽의 장인이 만든 수제 모터의 위엄은 대단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 여기를 클릭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