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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큰 항공기 제조사, 브라질 Embraer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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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큰 항공기 제조사, 브라질 Embraer

roap 2024. 9. 29. 18:30

브라질 Embraer 회사 로고

한국인은 잘 모르는 항공기 제조사,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 세계 항공기 제조사 순위로는 9위 수준이지만, 민항기 분야에 한정하면 미국의 보잉(Boeing), 유럽의 에어버스(Airbus)에 이어 세계 3위의 중소형 항공기 제조사이다.

2023년 11월, 한국 공군의 새로운 군용 수송기로 Embraer사의 (K)C-390 이 선정되면서 국내에서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지난 20여 년간, 일본과 중국에서도 막대한 국비를 투입해 여객기를 개발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한국도 민항기는 아니지만, 군용 수송기 개발에 수년 전부터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Embraer 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Embraer 는 1969년 8월, 브라질 정부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 무렵, 한국에서는 한국 최초의 철강회사인 POSCO (당시 포항제철) 가 만들어졌고, 미국은 인류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내고 귀환시키는 역사적 업적을 이룬 시기이다.

초대 사장, 오지리스 실바 (Ozires Silva)

Embraer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없는 인물이 오지리스 실바이다.

1931년 1월, 브라질 상파울루 외곽에서 태어난 그는 1948년, 17살의 나이에 비행기를 향한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비행사를 양성하는 군사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브라질 공군에서 4년을 근무했는데, 그 무렵 동료의 추락사고를 계기로 더 안전한 비행기를 직접 만들어 보고자, 1959년, 브라질 항공 공과대학 (ITA) 학부과정에 입학한다.

1948년, 군사학교 입학식 사진 (왼쪽부터 절친 지코, 어머니, 오지리스) & Embraer 초창기 오지리스 실바 모습

 

남미대륙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넓은 면적의 브라질은 10여 개 국과 국경을 접한 내륙으로 가는데,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이 항공편이다. 국토가 더 넓은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 같은 나라는 중위도 이상이라 철도와 도로를 만드는데 보통 수준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브라질은 적도를 지나는 지역적 특성으로 광활한 열대우림과 습지가 많고, 건설 구간이 너무 더워서 비용을 제외해도 길을 만들고 유지관리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나라이다. 따라서 브라질 정부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항공기 산업을 2차 세계대전 무렵부터 꾸준히 육성해 왔다.

ITA 는 1950년 1월, 브라질 정부가 야심 차게 설립한 항공기 전문 4년제 공과대학으로, 전쟁이 끝나고 갈 곳이 없어진 유럽의 항공기 엔지니어들을 대거 교수로 영입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파산한 프랑스와 영국 항공기 업체에서 일하던 고급 인력을 많이 스카우트했다고 한다.

1962년, ITA 를 졸업한 오지리스 실바는, 항공기술 연구소 (CTA) 에 들어간다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 ADD 같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이곳에서 그는 프랑스의 항공기 설계 전문가, 막스 올스트 (Max Holste) 를 만난다. 막스는 프랑스에서 자신의 항공기 설계회사를 정리한 후, 51세였던 1963년에 브라질 CTA 로 입사했다. 당시 브라질의 항공기 분야에는 많은 유럽출신 엔지니어들이 중요 위치에 있었고, 그는 이미 프랑스에서 20인승 비행기 설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브라질 최초의 소형 비행기 개발 프로젝트 팀장이 되었다. 오지리스는 그의 밑에서 일하던, 32세의 젊은 연구원이었다.

CTA 시절 프랑스인 막스 올스트 (왼쪽 썬글라스)와 Embraer 사의 첫 항공기 반데이란치 개발에 참고한 막스 올스트의 MH 260 항공기 모습

 

CTA 에 입사한 지 6년 차였던 1968년 10월, 오지리스 실바가 이끄는 팀은 비행사 포함 약 20명 탑승이 가능한 소형 비행기 개발 프로젝트, IPD-6504 에 성공한다. 하지만, 당시 브라질 경제 사정은 후속 연구를 계속 지원할 만큼 넉넉한 시절이 아니다. 당시 37세였던 오질리스는 더 이상 연구비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자,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창업하게 된다.

1969년 8월, 이름도 없이 창업한 회사는 시험비행이 가능한 비행기 1대와 CTA 의 연구용 활주로 옆 가건물에 사무실이 있을 뿐, 돈이 없었다. 그러던 중, 오지리스에게 큰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Embraer 사의 첫번째 항공기 반데이란치 모습과 초대 사장 오지리스 실바 모습


갑자기 찾아온 큰 기회

1970년 어느 날,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악천후로 인해, CTA 가 연구용으로 사용하던 활주로에 비상착륙을 하게 되는데, 이때 대통령과 오지리스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오지리스는 자신이 개발한 비행기 실물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여주며, 브라질 항공기 산업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오지리스 실바의 설명을 묵묵히 듣고 있던 대통령은 한마디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항공기 회사 이름은 뭐가 좋겠습니까?"

 

차별화에 성공

2023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연매출은 약 7조 원, 전체 직원수는 2만 명이 조금 안된다. 사업영역은 중형 여객기 (E-Jets 시리즈), 소형 제트기 (Phenom 300), 군사용 수송기 (C-390), 농업용 항공기 등이며, 항공기 유지보수를 위한 MRO 사업도 있다. 2023년에 전 세계에 Embraer 가 판매한 항공기 대수는 총 181대이며, 이 중에서 소형 제트기인 Phenom 300 은 단일 모델만으로 총 50대를 판매했는데, 소형 제트기로는 10년 이상 판매 1위 항공기이다. 특히 미국 유명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스타에게 많이 팔렸다.

Embraer사의 베스트셀러 소형 제트기, Phenom 300 모습

 
군용 수송기인 (K)C-390 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많이 팔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유는 유럽에서 도입하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성능이 검증된 데다가, 가격이 엄청나게 싸기 때문이다. 이 수송기는 처음부터 미국 록히드마틴의 C-130 을 대체할 목적의 저렴한 군용 수송기로 개발되었다. 성능은 C-130 보다 조금씩 더 좋다. 이동속도도 조금 더 빠르고, 이송 중량도 조금 더 많고, 내부 공간도 조금 더 넓고,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훨씬 길다. 그런데도 가격은 경쟁사의 약 60% 수준이다. 신뢰도에 문제가 없다면, 안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유지보수를 위해 필요한 소모품들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조달받은 기성품들이 많아, 비용이 적게 들고, 그들과의 공생 생태계까지 만들어져 있어서, 업계 지지기반까지 만들어졌다.
 

브라질 Embraer사의 (K)C-390 과 미국 록히드마틴 C-130 의 비교표 (출처는 그림 우측 하단)

 
브라질 본사 이외에도, 미국과 포르투갈, 멕시코,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네덜란드, UAE, 싱가포르, 중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브라질과 미국에는 증시 상장도 되어 있어서 직접 투자도 가능하다.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 티커는 ERJ 이다.

 

※ Embraer 베스트셀러, Phenom 300 동영상 : https://youtu.be/mIasrk7c1uE?si=I4yso4tMPilPvHyh

 

※ 한국 채널의 (K)C-390 실물 답사 동영상 : https://youtu.be/8aTLZZrh2H0?si=XCxwcvJ1Kfe3BYwg

 
※ Embraer 첫 시험비행 기록 동영상 : https://youtu.be/EC5WSmG9Pv4?si=iIqv1DwmkoRq_M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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