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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술의 수준과 가치 (HTLC)

roap 2020. 5. 29. 11:28

수중 작업 로봇이 여기저기 현장에 사용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가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구매나 기술도입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 그때 가장 많은 질문이 그래서 “그 기술이 얼마인가요?”였다.

사실은 기술을 개발한 나 역시, 이 기술이 얼마짜리 기술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들 기술을 만든 사람이 기술의 가격을 산정하는 줄 알고 있던데, 현실에서는 별거 아닌 기술이 여기저기 많이 사용되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도 하고, 굉장히 어려운 기술임에도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는 기술은 0원이 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 해당 기술의 가격이 얼만지 물어봤을 때, “나도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자료도 읽어보고 혼자서 고민도 해보았는데, 결론은 어렵게 내가 얼마짜리 기술이라고 논리를 만들더라도, 이 기술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기다가, 기술의 가격 산정과는 별도로, 어떤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통감(痛感)하게 됐다.

사실 기술 수준에 대해서 그나마 자주 인용되는 기법은 미국 가트너(Gertner)의 하이퍼 사이클(Hyper Cycle)이 있기는 하다. 나 역시 대기업 근무 시절에 자주 써먹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그래프 상에 표시되는 판단 근거나 판단의 기준 등에 대해서 의문점이 많았고, 어떤 마법(?) 같은 방법으로 도출된 최종 결과물 역시나, 봐도 잘 모르겠으니 내가 만든 자료지만 남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내가 이해할 수 있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좀 더 평이(平易)한 그래프를 그려봤고, 요즘은 어디 가서 비슷한 내용으로 설명을 할 때 잘 써먹고 있다. 이 그래프 방식이 다른 기술 수준 시각화 방식과 비교해서 더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좀 더 직관적이고, 가치에 대한 추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어디 다른 데에도 이런 게 있는지 확인을 해본 건 아니니,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이 그래프의 이름은 필자의 성씨를 따다가 HTLC(HONG’s Technology Life Cycle)로 해봤다. 나중에 바뀔지는 모르겠다. HTLC 그래프의 가로축은 ‘시간(time)’이고, 세로축은 ‘사업적 이득(business gain)’ 혹은 '금전적 가치' 정도의 의미이다. 각 축을 기준으로 2차원 평면 위에는 매트릭스 형태로 구간별 액터(actor)와 투자 진입 구간을 표시하였다.

HTLC Basic

 

Applied HTLC

 

산등성이처럼 보이는 곡선은 해당 기술이 서로 다른 속도로 언젠가는 지나가게 되는 경로(path)를 나타낸다. HTLC에 내가 만든 로봇 기술들을 적용하여 응용한 그래프를 보면:

  • 1번 oil-leak wedging robot (파공 봉쇄 로봇)의 경우, “아직 사업적으로는 이득이 없고, 정부 R&D 예산 투자 과정을 거쳐서, 현재는 실용화 연구개발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 2번 auto underwater cleaning robot (자동 수중청소로봇)의 경우, ”사업적인 이득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해당 기술을 이용한 스타트업 창업이 가능한 단계”로 진입했다는 의미이다.
  • 3번 remote operable underwater cleaning robot (원격운전 수중청소로봇)의 경우, ”이미 공공자금 투자 단계를 지나, 국가 공인기관의 기술인증이나 시장에서의 기술검증 단계를 지나서 기술의 성숙 단계”로 이제 막 진입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각각의 기술이 그래프 상의 어느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그래프의 경로에 체크포인트(checkpoint)를 두면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위치를 잡을 수 있다. 예를 들면, 1번 로봇의 경우는 얼마 전에 국가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실용화 기술개발을 위한 공공자금 투자를 준비 중이고, 2번 로봇은 해당 기술을 이전받은 스타트업이 창업되어, 매출 발생과 함께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단계(y 축의 + 영역으로 넘어 감)에 있다. 3번 로봇은 몇 년 전에 독일 공인인증 기관을 통해 성능검증을 받아 인증서(certificate)를 획득한 후, 본격적인 사업이 2개 이상의 회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그래프에서 Certification 단계 (기술인증, 검증 단계)가 골짜기로 표현된 것은 기술에 따라서는 이 단계를 지나는데 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예를 들면, 의료분야나 군사분야)가 있고, 간혹 이 단계(local minima)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되는 기술도 있기 때문에 금전적 가치는 하락하다가 반등하거나 혹은 반등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를 골짜기로 표현하였다.

지금까지 설명한 HTLC는 내 기준으로는 지금까지 나온 비슷한 목적의 기술 단계 시각화 방법으로는 가장 쉽고, 직관적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체크포인트 점검 방식의 경로 상의 위치 선정의 근거나, HTLC 메트릭스 상의 액터의 표시 등을 통해, 해당 기술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명확한 이미지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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