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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

일본에서 렌터카 빌려 운전하기

roap 2023. 11. 24. 18:30

2023년 11월 초, 처음으로 직접 차를 운전해서 일본 큐슈(Kyushu) 중북부를 돌아봤다.

큐슈는 한국의 부산과 가까운 섬으로 한국 전체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크기이고, 가장 큰 도시는 후쿠오카시 이다. 필자는 후쿠오카현, 오이타현을 돌아보고 왔다. 오이타현은 후쿠오카현의 남동쪽에 있는 지역으로,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과 벳부가 있다.

1)  Budget Japan 에서 경차 렌트.

돈이 많으면, 더 큰 차를 빌렸겠지만, 현지 지인 말에 따르면, 일본은 경차 왕국이라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서, 마침 할인행사를 하고 있는 후쿠오카시의 Budget 에서 경차를 렌트했다. 업체에서 준 차는, 아직 5천 km 도 달리지 않은 신차급 다이하츠 무브 Canbus. 다이하츠는 한국에서는 잘 모르는 업체지만, 일본에서는 경차 판매 2위이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모양이다. Toyota 자동차의 자회사 중 하나.

필자가 이용한 Budget 의 경우에는 차를 받으러 갔을 때,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을 요구하였고, 한국 운전면허증은 필요없었다. 사전예약 하면서 대부분의 옵션을 이미 결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선불 결제한 후 별다른 안내 없이 바로 자동차 키를 받아 이용했다. 출발 전에 자동차 흠집 같은 걸 휴대폰으로 찍으려고 하니까, 필자의 경우 풀보험이라 그럴 필요 없다고 하더라.

+ Budget Japan 인터넷 예약 홈페이지에 가면, 영어와 한국어가 지원되니 쉽게 사전 예약 가능.

필자가 렌트한 다이하츠 무브 Canbus 외관과 내부 모습 (주정차시에 서라운드뷰 기능도 있었음)

막상 차를 받고 보니, 외관이 귀엽고 예쁜 건 좋은데 이 차로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특히 경사로에서 올라가는 힘이 딸리지 않을지 걱정됐지만, 실제로는 그런대로 잘 달렸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역시 연비. 공인 연비가 무려 24km/L. 처음에는 믿기 힘든 연비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장거리 주행을 해보니, 사실이었다. 요즘 일본 경차들은 이 정도 연비가 당연한 거란다. 그리고 소형차임에도 불구하고 내부 공간은 굉장히 넓게 느껴졌다. 아마도 머리 위의 실내 공간이 여유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렌트 시작 시점에는 연료가 가득 채워져 있었고, 반납 시에는 원래대로 가득 주유한 후 반납했다. 필자의 경우 반납 시, 연료 게이지만 만땅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일본 렌터카 업체는 연료 게이지도 확인하지만, 주유 영수증도 보여 달라고 했다. 다행히 주머니에 영수증이 있어서 별문제는 없었다.

2)  한국보다 쉬운 운전.

첫 일본 도로주행에 대한 걱정이 많았지만, 일본에 오기 전부터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충분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터라, 별 어려움 없이 재밌게 운전할 수 있었다. 내가 매일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 봤던 일본 도로주행 동영상은 J_movie 라는 채널이었다. (J_movie 채널 주소 : https://www.youtube.com/@J_movie/videos)

일본 도로주행 경험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한국은 생존·생계형 운전, 일본은 기분 전환을 위한 드라이브" 같은 느낌이었다.

+ 일본 도로 주행 동영상 예 : https://youtu.be/0nRWph9DdDs?si=iEegscbCXjVqdE2d

 

첫날 운전만으로도, 일본 번화가 도로와 국도, 고속도로 주행이 한국보다 훨씬 쉬운 것 같았다. 일본이 교통 선진국이라던 소문은 사실이었다. 이번 여행 중, 난폭운전이나 신호위반하는 차를 본 적이 없을뿐더러 버스나 트럭들도 미리 방향등을 켜고 천천히 진입하면, 대부분 양보해 주어 차선 변경에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에서 자주 겪었던 위협하는 상향등이나 빵빵거림을 경험하지 못했다.

도로의 노면상태는 전반적으로 평탄화가 잘되어있었다. 도로 위에 맨홀이 있는 경우도 단차가 없어서 일본 경차들의 작은 바퀴로도 별문제 없이 주행이 가능했다. 다만, 한국 고속도로에서 흔한 갓길 (emergency lane) 이 필자가 경험한 일본 고속도로에서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

3)  세상 심플한 교통신호 (녹색 = Go! 적색 = Stop!)

일본 교통신호는 정말 심플했다. 빨간불일 때는 서 있으면 됐고, 녹색불이 켜지면 움직이기 시작하면 됐다. 한국처럼 빨간불이라도 우회전이 된다거나 하는 예외가 없다. 일본에서는 파란불이 켜지기 전까지는 직진은 물론 우회전, 좌회전 모두 안된다.

3색 신호등과 가끔 있는 방향등이 추가된 신호등 모습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교차로 신호등은 3 색등이었고, 가끔 번화가 교차로에는 화살표 신호등이 3색 신호등 밑에 하나 더 붙어 있는 경우가 있던데, 화살표 신호등이 켜지면 해당 방향으로 가면 된다. 그 외에는 모두 비보호 우회전이고, 특별히 금지 표시가 없는 한, 우측으로 도는 유턴도 가능하다.

4)  고속도로 분기점의 유도 표시.

체감 상 한국보다 고속도로 분기점에서의 차선 변경 난이도가 높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분기점 1, 2km 전부터 고속도로 위에 노란색, 파란색 등으로 유도표시를 해둔 곳이 많았는데, 이게 한국처럼 달리는 방향으로 선이 쭉 이어져 있지 않고, 마치 사람이 건너는 횡단보도 표시처럼 가로 띠 모양으로 칠해져 있었다. 분기점 구간에서 감속하는 차들이 많기 때문에 앞차와의 거리 유지와 차선 변경에 주의가 필요했다.

일본 고속도로 분기점 모습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음)

 

5)  큐슈 자동차 여행에는 KEP.

일본에도 한국의 통행료 자동결제 시스템인 하이패스 같은 게 있는데, ETC 라고 부른다. 한국 하이패스보다 역사가 깊다고. 자동차 렌트할 때, ETC 옵션을 추가하면, 운전석 우측 아래쪽에 ETC 카드를 꼽아 준다. 지불된 통행료는 차를 반납할 때, 한꺼번에 정산하면 된다. 사용법은 하이패스와 비슷한데, 다른 점은 ETC 전용 게이트에 차단봉이 내려와 있으니 한국에서 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차단봉과 충돌할 수 있다. 천천히 진입하면 자동으로 올라간다.

만일 ETC 없이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경우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통행권을 뽑고 진입한 후, 고속도로를 빠져나갈 때 통행권을 내고, 현금이나 카드로 지불하고 나가면 된다. 가끔 사람 없이 무인 계산대만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 진입로의 ETC 게이트 모습과 KEP 로 무료 이용 가능한 큐슈 고속도로 안내도

큐슈 지역을 자동차로 여행할 때는 KEP (Kyushu Expressway Pass) 도 ETC 와 함께 포함시키면 좋다. 일종의 기간제 정액 패스인데, 큐슈지역 대부분의 고속도로 구간을 사용 빈도와 거리 상관없이 지정된 기간 동안 정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차량 반납 시, 정산해 보니 50% 가까이 통행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6)  고속도로 휴게소는 SA.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와 비슷한 일본 휴게소는 SA 라고 부른다. 서비스 에리어 (Service Area) 의 약자이다. 식사가 가능한 푸드코트 같은게 있고, 마트와 주유소, 화장실이 있다. 작은 휴게소는 PA 라고 하는데, 파킹 에리어 (Parking Area) 의 약자이다. 편의점이랑 자판기, 화장실 정도가 있고, 주유소는 없는 경우도 있다. SA 보다 작다고는 해도 한국의 '졸음쉼터' 보다는 훨씬 넓다.

일본 고속도로 휴게소 안내 표지판 예시 (그림표시나 글짜로 SA 라고 표시)

한국의 경우 예전과 달리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더 저렴한 편이지만, 일본은 휴게소가 더 비싸다. 음식의 경우도 휴게소가 더 비싸지만, 맛은 한국 휴게소 음식보다는 괜찮았던 것 같다.

일본은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 주민들도 고속도로 휴게소 같이 접근성이 좋고 규모가 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일반 국도에서도 진입할 수 있도록 지어진 곳이 꽤 있어서, 휴게소 진입인데도 톨게이트가 있는 곳이 있다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7)  주차비도 현금 결제가 대부분.

Google Map 에서 주차장 검색을 하면, 주변 주차장 위치를 표시해 주고, 시간당 주차요금도 확인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대부분의 주차장이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주차장이 많지 않다. 한국과는 반대다.

일본 편의점에는 대부분 주차장이 있어서, 편의점을 이용하고 30분 정도는 다른 용무를 보고와도 무료 주차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불법주차로 신고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관광지 편의점 주차장에서 조심해야 한다.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운 경우, Times (타임즈)가 운영하는 주차장을 지도검색해서 주차하면 된다. 일본이 주차비가 비싸다고들 많이 언급하는데, 필자의 경우는 도심 한가운데에 주차를 안 해봐서인지, 한국과 가격차이를 못 느꼈다.

일본 Times 주차장 모습과 주차비 정산기 모습 (주차권 넣고 가격 나오면, 동전이나 지폐로 계산)

 

8)  정지선에선 무조건 완전히 멈춤.

도로 위에 정지선이 표시되어 있으면, 한국도 자동차를 일단 완전히 멈춘 후, 좌우 살핀다음 다시 출발해야 하는데, 지키는 운전자가 없고, 단속도 안 한다. 그래서 정지선 멈춤이 필요 없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모든 운전자가 정지선 멈춤을 지킨다. 아마도 위반 시,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벌금이 부과되거나, 단속이 심해서 일 수 있다.

일본 정지선 모습 (일본어로 토마레(멈춰) 라고 써였고, 가끔 영어 병기도 있음)

 

9)  스쿨존 (School Zone) 은 '문()' 이라는 한자로 표시.

스쿨존 도로교통법은 전 세계 공통이라, 일본에서도 감속 운전해야 하고, 잠깐이라도 주차와 정차 모두 안된다. 보통 연녹색 바탕에 흰색의 한자로 '글월 문()' 을 써서 표시하니 이 표시가 도로 위나 가로등 혹은 골목길 전봇대 등에 표시되어 있으면, 운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영어로 School Zone 이라고 표시된 곳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일본의 스쿨존 표시 예 (전봇대나 도로면에 표시)

 

10)  길안내 내비게이션은 Google Map.

한국에서는 Google Map 이 자동차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한국만 그렇다. 필자의 경우, 한국에서 사용하던 휴대폰과 Google Map 을 그대로 일본에서 사용했는데, 한국에서 안되던 내비게이션 기능이 일본에서는 저절로 활성화되어 사용 가능했다. 기본 설정이 한국어여서인지 길안내도 한국어 남자 목소리로 나왔고, 익숙한 용어라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급한 우회전" 이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을 때는 잠시 어쩌라는 건지 몰랐다. 하지만 휴대폰 화면을 보니, "우회전 방향 유턴"을 말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Google Map 내비게이션 화면 예시

 

널리 알려진 대로, 일본에서는 과속 카메라 위치를 내비게이션이 알려주지 않는다. 불법이다. 렌터카 반납 시 속도위반 범칙금이 확인되는 한국인 운전자가 특히 많다고 하니, 조심하자.

11)  여담

일본은 주유소 유종별 가격이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약간 저렴하다. 유류세가 한국보다 높지 않아서인데,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지 일본도 지역별로 주유소별로 가격차이가 있어서 잘 선택해야 한다. 물론 셀프 주유소가 가장 저렴하고, 일본어를 못하면 불친절한 주유소도 있으니, 직원이 넣어주는 곳보다 셀프 주유소를 추천한다. 한국은 가솔린이 노란색 주유기 이지만, 일본은 레귤러라고 부르고 빨간색 주유기를 사용하며, 주유 중에는 주유기 레버를 계속 당기고 있어야 한다.

일본은 일반 가솔린이 빨간색 주유기이고, 노란색은 비싼 가솔린

 

일본에서 음식점이나 쇼핑몰 등에서 가격이 좀 되는 물건을 사고 계산할 때, 직원이 "레시토(レシート/Receipt) 랑 료슈쇼(영수증) 중 어느 걸로 드릴까요?" 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증빙서류가 필요한 경우만 영수증을 달라고 하고, 그 외에는 "레시토" 만 받아도 된다. 사실 영어 Receipt 를 일본식으로 말하는 "레시토"도 의미는 같은 영수증이지만, 일본에서는 가격 확인용으로만 사용하는 "내역서" 같은 의미로 변질되어 사용되는 것 같다. 일종의 Japlish (일본식 영어) 이다.

+ 일본 여행 중, 면세품을 구매한 경우에는 출국 시, 영수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왼쪽이 레시토, 오른쪽이 영수증 예시

 

자동차 여행 중, 한국에서는 잘 안 파는 우설(일본말로는 규탕. 소의 혀. 한국에서는 소머리 국밥 재료 정도로만 사용됨)을 먹어보고 싶어서 야끼니꾸 가게에 가서 이런저런 고기를 주문해 먹어 봤는데, 필자 입에는 "샤또 브리앙" 이라고 부르는 고기 부위가 가장 맛있었다. 소고기 안심 부위 중 가장 맛있고 비싼 고기라고 하던데, 고기와 함께 나온 마늘칩이랑 생와사비를 올려서 함께 먹으니, 정말 미소가 절로 나오는 맛이었다. 다른 부위 고기는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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