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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로켓 오타쿠가 만든 우주 발사체 업체, Rocket Lab 본문

우주(Space)

고졸 로켓 오타쿠가 만든 우주 발사체 업체, Rocket Lab

roap 2021. 11. 21. 18:30

출처: Rocket Lab 홈페이지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 세계 로켓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열광하는 우주 발사체 회사는 Space X 가 아닌, Rocket Lab 이라고 한다. 사장 Peter Beck (1976년 뉴질랜드 태생) 때문인데, 그의 최종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에 불과하지만 현재 가장 혁신적인 우주 발사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6월, Rocket Lab 설립 당시 Peter Beck 의 나이는 만 30세에 불과했고, 뉴질랜드에 있는 특수소재 관련 회사에 다니는 봉급쟁이 엔지니어였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Elon Musk 도 Space X 설립 당시 나이가 만 30세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 명문대 출신의 이미 엄청난 부자였다.

이런 Peter Beck 이 우주 발사체, 로켓 제조사를 창업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 Mark Rocket 이다 (성이 로켓이라니. 본명은 아닌듯하다). 그는 IT 버블 시절 뉴질랜드에서 인터넷 회사 (Yahoo 짝퉁 뉴질랜드 버젼) 를 창업하여 돈을 많이 벌었는데, 사업이 하향세로 접어들자 회사를 팔고, 자신의 돈을 투자할 다른 사업 분야를 찾다가 만난 사람이 Peter Beck 였다고 한다. 그는 Rocket Lab 의 공동 창업자이며, 2011년을 전후로 Rocket Lab 이 미국 Lockheed Martin 같은 큰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분을 팔고 Rocket Lab 을 떠났다. 현재 그는 뉴질랜드의 다른 항공우주 기업, Kea Aerospace 라는 회사를 창업하여 무인 항공기 사업을 하고 있다.

Rocket Lab 사는 창업한 지 3년 만인 2009년 11월, 첫 번째 발사체 Atea-1 (Atea 는 뉴질랜드 원주민 말로 '우주' 라는 의미) 을 준궤도 우주까지 보내는 데 성공했는데, 당시 개발한 우주 발사체의 몸체와 로켓 엔진 및 제어 소프트웨어까지 사실상 Peter Beck 혼자서 개발했다고 한다. 이런 점이 전 세계 로켓 매니아들에게 추앙받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 Rocket Lab 회사 투어 동영상 : https://youtu.be/KKHiPf8cEFk

동영상 내용 중에 로켓의 기계 가공용 NC머신으로 한국 Doosan 제품이 나오는 것이 인상적

 

Rocket Lab 의 우주 발사체의 가장 큰 특징은 로켓 몸 전체가 탄소섬유를 주원료로 하는 탄소복합소재로 만들어져서 로켓 몸통 색깔이 전부 새까맣다는 것이다. Peter Beck 이 Rocket Lab 설립 전에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직장이 탄소섬유 등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특수소재를 만들던 것이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상세한 기술자료는 확인할 수가 없지만, 연료와 엔진을 제외한 탄소복합소재로 만든 로켓의 몸체 무게가 승용차 1대 무게 정도라고 하며, 이 정도 무게로도 우주 발사체에 필요한 강도와 극저온/초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탄소복합소재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미 인공위성 제작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주 발사체의 핵심기술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주까지 갈 수 있도록 해주는 로켓 엔진인데, Rocket Lab 은 자체 개발한 Rutherford 엔진을 사용한다. 이 로켓 엔진의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로켓 엔진에서 사용하는 핵심부품인 터보펌프 (로켓 연료 중 일부를 태워 회전력을 만들고, 이 회전력으로 연료를 분사해주는 실질적인 로켓 추진용 핵심부품) 를 완전히 제거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초경량의 전기모터 (BLDC형) 를 사용하여 (연료를 고속으로 분사하여) 로켓의 추진력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적인 로켓 엔진보다 구조가 훨씬 단순해서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고장 확률도 현저하게 적다는 것이다. Rutherford 로켓 엔진도 다른 로켓 엔진들과 동일하게 액체연료, RP-1 (고순도 등유) 과 LOX (액체산소) 를 연료로 사용한다.

※ 로켓엔진의 핵심부품인 연료/산소 고압 주입용 펌프로 전기펌프를 사용하는 곳이 Rocket Lab 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단 경쟁사인 미국의 Astra aeropace (2016년 10월 설립) 에서 개발한 Delphin 로켓엔진도 전기펌프를 사용한다고 하며, 노르웨이 Trondheim 에 2018년 설립된 Orbital Machines 라는 중소기업은 중소형 위성 발사용 로켓엔진에 사용되는 전기펌프를 전문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펌프를 적용한 로켓엔진으로 우주에 인공위성을 올린 최초의 업체는 Rocket Lab 이 맞다고 한다. 아래 Rocket Lab 의 Rutherford 엔진 사진에서 짙은 노란색의 납작한 사각형 모양의 부품이 배터리 팩이며, 그 아래에 빨간색 원통 (연료), 녹색 원통 (산소) 이 전기펌프이다. 전통적인 로켓엔진은 일반적으로 터보펌프를 사용하는데, 로켓연료의 일부를 태워서 펌프의 동력으로 사용한다. 로켓엔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전기모터 분사방식은 소형 로켓엔진에만 적용 가능하고, 일정 출력 이상으로 올라가면 아직은 기존의 터보펌프를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일반적인 로켓엔진의 복잡한 구조 (왼쪽 사진 1장), Rocket Lab 의 Rutherford 로켓엔진의 단순한 구조 (오른쪽 사진 2장)

Rocket Lab 은 2017년, 지상 500km 상공 (국제 우주정거장이 도는 궤도는 지상 약 400km 상공) 에 최대 150kg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로켓 플랫폼, Electron 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업적인 위성발사 사업을 시작하였고, 거의 대부분의 로켓 발사를 성공하고 있다. 현재는 최대 8000kg (8톤) 무게의 여러 인공위성을 동시에 쏘아 올릴 수 있는 Neutron 이라는 이름의 로켓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 2021년 12월, Rocket Lab 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발 중인 Neutron 부터는 기존의 모든 로켓들이 2~3단 분리방식을 사용하는데 반해, 별도의 부스터 분리 같은 과정 없이 로켓의 머리부분이 4개로 해치가 열렸다 닫히는 구조로 제작되어,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2단 로켓만 해치가 열리면 몸통에서 분리되어 궤도에 올라가고 나머지 몸통 전체는 다시 착륙장으로 복귀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Rocket Lab 의 우주 발사체, Electron 기술사양과 부스터 회수를 포함한 단계별 궤도진입 개념도

※ Rocket Lab 의 로켓, Electron 의 발사 후, 부스터 분리 동영상 : https://youtu.be/Vpsfy4npMhY

로켓 내부의 케이블들을 케이블 타이로 고정한 건 인상적

Rocket Lab 은 창업한지 7년째 되던 2013년에 뉴질랜드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인근으로 이전했다. 회사 측은 주요 고객이 모두 미국에 있다는 이유를 대면서 회사 창립 초기에 많은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뉴질랜드 정부를 등지고 미국으로 도망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회사 성장을 위한 우수인력 채용과 후속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뉴질랜드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고, 로켓 발사장과 몸체 생산 공장은 여전히 뉴질랜드에 있고, 미국 본사에는 로켓 전체 설계와 엔진 제작 그리고 로켓 제어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3월에는 캐나다에서 소형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업체, Sinclair Interplanetary 를 자회사로 인수하여 현재는 인공위성 개발과 우주 발사체에서 여러 대의 위성을 각각 원하는 궤도에 안착시키는 장치와 제어기술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Rocket Lab 의 최대 경쟁 업체는 미국의 Space X 가 아니고,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MHI) 의 소형 인공위성 발사체, Epsilon (고체연료 사용) 이다. (※ 혹자는 미국의 Astra aerospace 가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Astra 는 이번 2021년 11월에 처음으로 더미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린 수준의 벤처기업이라 Rocket Lab 의 경쟁업체라고 할 수 없다) 위성 발사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Rocket Lab 과 미쓰비시중공업, 두 회사 모두 비슷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은 2003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약 18년간) 총 44회 자체 개발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로 쏘아 올렸으며, 발사 실패나 인공위성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경우는 단 2번 (2003년 11월 부스터 분리 실패, 2016년 5월 위성궤도 진입 실패) 을 제외하고 없었다고 한다. 최근 2021년 10월에도 동시에 9개의 소형 위성을 서로 다른 우주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반면 Rocket Lab 의 우주 발사체, Electron 은 2017년 5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약 4년간) 총 21회 발사되어, 3번의 실패를 제외하면 모두 위성궤도 진입에 성공하였다.

Rocket Lab 의 우주 발사체 Electron (왼쪽 사진),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우주 발사체 Epsilon (오른쪽 사진)

Rocket Lab 은 현재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으며, 티커는 RKLB 이다. 2021년 하반기 기준 직원수는 미국과 뉴질랜드 근무자 합쳐서 약 500명 정도라고 한다.

 

※ 아래 동영상은 Peter Beck 이 회사를 창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30대 초반 (2009년으로 추정) 에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개최된 어떤 행사에서 한 연설 동영상이다. 회사 창립초기 로켓엔진을 만들고도 연료를 구하지 못해 직접 정제하여 만들거나 실험 중 로켓엔진이 폭발할까봐 무서웠다는 이야기 등 여러 에피소드가 언급되고 있다.

첫번째 동영상 : https://youtu.be/nE9wrNAoynA

 

 

 

두번째 동영상 : https://youtu.be/Ztoaq2t97DE

 

 

 

※ 2009년 11월, Atea-1 발사에 대한 뉴질랜드 지역뉴스 동영상 : https://youtu.be/ETEWnRsa_Ik?t=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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