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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Thinking)

인간, AI, 로봇 그리고 공생(共生)

roap 2020. 6. 15. 18:00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2004년,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인공지능 vs 로봇

언론이나 교육자료, 심지어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인공지능과 로봇을 마치 하나의 개념을 가진 단어처럼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두 용어가 가진 단 한 가지 공통점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바로 두 용어 모두, 인간을 모사(模寫, mimicking 혹은 imitating)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런 오해를 증폭시킨 범인은 아마도 SF 영화에 등장했던 로봇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은 서로 별개의 기술 분야이고, 함께 혼용해 사용해서도 안 되는 용어이다. 물론 개념적으로는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인공지능(AI)

지능(知能), 즉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처음 접하는 새로운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은 극히 최근까지도 유기체(=생물체)만의 고유한 특성이었다. 무기체(=물체)는 자연 상태에서는 지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경계가 무너지고 말았다.

인공지능(人工知能, artificial intelligence)은 그동안 지능을 가질 수 없었던, “무기체가 지능을 가질 수 있도록 인간이 만든 기술”이다. 교회나 성당에 가지 않는 사람이라도 알고 있는, 성경책의 창세기에 나오는, 하느님이 자신을 닮은 형상을 흙으로 빚은 후에, 숨을 불어넣어 사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똑같지는 않지만, 인간도 비슷한 걸 할 수 있게 됐다.

로봇(robot)

그렇다면, 로봇이란 건 과연 뭘까?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딱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일 중에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노동을 대신해 주는 기계가 로봇”이다. 조금 더 포괄적으로 말한다면, “할 수 없는 일”도 포함 시킬 수 있겠다. 이 로봇이라는 기계가 지능을 가지고 있고 없고는 로봇 자체와는 상관이 없다.

로봇은 태생적으로 인간의 물리적 노동(labor)을 대신 하도록 만든 기계라는 정체성(identity)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난이도가 높지 않은 노동 집약적 작업이나, 고생이 필요하거나 위험한 일이어서 그만큼의 고임금을 받던 사람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겠다. 아마도 머지않은 미래에 그런 일은 모두 로봇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AI, 비싼데 별거 없다

영화에서 보는 로봇은 대부분 인간처럼 스스로 사고(思考)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심지어는 감정(感情)까지 가지고 있다. 영화적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로봇을 의인화(擬人化)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대부분 로봇은 지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직은.

첫 번째로 기계가 지능을 갖도록 하는 데는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비싼 돈을 들여서 인공지능을 탑재해도 할 수 있는 것이 말도 안 되게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 임에도 그나마 원하는 지능적인 기능을 위해서는, 추가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학습을 시켜야 한다. 학습을 위해서는 충분한 빅데이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준비된 빅데이터가 없다면, 어디선가 구해와야 한다. 추가로 돈이 또 들어간다. 아직 배울게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능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해도 된다?

인공지능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학생을 가르치는 교재가 이래도 되는 건가 하고 느끼는 대목이 있다. 뭔가 하면, 어떤 인공지능 기술의 성능을 평가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대놓고 정량적 진위는 상관없이, 어떤 소프트웨어나 기계든, 사람이 그 대상이 지능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만 해도 인공지능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후한 기술평가 방법이 있을까?

물론, 실제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서비스나 제품에는 AI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이나, 전에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고성능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AI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반적인 개념이 확립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바둑의 승률? 암 진단 성공률? 주식 투자의 수익률? 용하다는 점쟁이의 평판(reputation)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유심히 보면 가짜 지능 기술도 넘쳐난다.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로봇의 자율주행 기술이나, 자동차의 자동운전 기술은 엄밀히 따지면, 지능과는 상관없는 기술이다. 바퀴형 이동체(로봇 or 자동차)의 주변 물체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목적지까지의 경로 위에서의 이동체의 위치 보정 기술을 지능 기술이라고 하기에는 과장이 있어 보인다. 요즘은 점점 로봇이나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기술을 지능화 기술로 부르지 않는 것 같기는 하다.

인간, AI, 로봇의 공생(共生)

요즘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접하는 수많은 한글 초성(예: "ㅇㅋ")만으로 이루어진 메시지와 암호 같은 약칭(예: "케바케")들은 대부분, 경험적으로 유추해 내거나, 문맥으로부터 추측하여 대략적이라도 의미를 이해한다. 인간은 이렇게 짧은 단문으로도 패턴을 찾아내고, 의미를 매칭 하는 능력이 있다. 즉 스몰 데이터 (small data)에 강하다.

AI는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데이터를 분류하고, 거기서 패턴을 찾아내어 해석 가능한 의미 후보들을 수치상으로 인간에게 제시하는 데 효과적이다. 인간이 미리 정해준 임계값 조건에 따라 AI 스스로 의미를 결정할 수도 있다. 즉, 빅 데이터 (big data)에 강하다.

로봇은 현재 기술로도 인간이 가진 신체의 물리적인 한계를 초월하여 정교하고 힘든 일을 반복적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아직도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센서(sensor)와 실시간으로 정교하게 센서 신호를 처리하는 기술이 없다. 그리고 아직도 로봇의 무게에 비해 발현(發現)할 수 있는 힘(force)이 유기체에 비해 약하다. (최근에 미국의 로봇 업체에서 동물의 혈관으로 전달되는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으로 만들어 내는 원리를 적용한 로봇용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는 뉴스가 있었지만, 그 효율이 유기체를 뛰어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만 가지고도 인간, AI, 로봇 간에는 명확한 상호 보완적인 장단점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런 점을 잘 조율한다면 서로 간에 밥그릇 싸움하지 않고도 공생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Robotic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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