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Etc)

시대에 순응해 영생하고 있는 기업, 독일 Bosch

roap 2023. 6. 17. 18:30

 

초거대 비상장 개인회사

한국에서도 자동차 부품과 전동공구로 친숙한 기업, Bosch(보쉬). 독일의 많은 자동차 회사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독일 남서부. 스위스와 가까운 지역)에서 1886년 11월, Robert Bosch 에 의해 창업되었다. 회사 주식의 94% 내외를 창업자 가족 소유 비영리 재단이 가지고 있는 비상장 회사이다. 나머지 6%도 Bosch 직계가족이 소유 중이라고 한다. 그냥 엄청나게 큰 개인회사이다. Bosch 의 2022년 매출규모가 약 100조 원. 이 정도 매출은 한국 기업의 매출액 순위에서 상위 5위 안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 1886년 전후는 역사적으로도 독일 자동차 업체가 그후 100년 이상 세계 자동차 업계를 지배하게 되는 결정적 시기였다. 그 무렵, 독일 벤츠의 창업자, 칼 벤츠와 고틀리프 다임러가 각각 자신들의 가솔린 엔진을 발명한 시기이다. 그 후 이 엔진들은 승용차, 트럭, 선박, 탱크, 비행기 등에 사용되었다. 참고로 한국이 최초로 제작한 자동차 엔진은 1955년, 미국에서 수입한 엔진을 개조하여 만든 4 기통 750cc 가솔린 엔진이라고 한다.

Bosch 의 첫 사업 아이템은 자동차 엔진의 핵심부품인 점화 플러그와 이 점화 플러그에 순간적으로 전기 불꽃(스파크)을 만들어 엔진을 돌려주는 전기 발전기였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Bosch 회사 로고로 사용되고 있는 원형 심벌마크는 당시 개발된 전기 발전기에 사용된 회전 자석코일, 로터 부분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Bosch 의 첫번째 상품이었던 자동차용 엔진 스타터 발전기 (왼쪽), 발전기 신문광고 (오른쪽)

Bosch 사의 주장에 따르면, 1906년도에 이미 10만개 이상의 자동차 엔진 점화 플러그용 발전기를 생산했다고 한다. 그리고 1914년, Bosch 가 급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한 제품을 개발하게 되는데, 그게 한때 "Bosch-Light" 라고도 불렸던 자동차용 헤드 라이트이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밝고 오래 사용할 수 있어서, 자동차의 야간 안전 운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Bosch Light 상품 로고와 차에 장착된 모습

 

+ 당시 Bosch TV 광고 동영상 : https://youtu.be/YIMbAZW-7_g

 

 

 

 

 

 

 

전쟁과 함께 성장

1, 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 남은 많은 독일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Bosch 도 나치에게 군수용 필수 기계·전기 부품을 제조·납품하여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일명 나치의 그림자 공장 (shadow factories) 이라 불리던 곳에서 비밀리에 무기를 만들던 주요 기업 중 Bosch 도 포함되어 있었다.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공급만이 중요하던 전쟁시기에, Bosch 의 몸집은 급격하게 커졌고, 당시 생산 공장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독일인이 아닌 주변 정복국에서 데려온 전쟁포로나 강제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 중 다수는 폴란드인들이었다고 한다. 당시 나치가 생산한 탱크와 전투기에 사용되는 모든 엔진의 핵심부품은 Bosch 가 독점적으로 공급했다고 한다.

창업자 Robert Bosch 의 모습 (안경 쓴 흰수염)

 

2021년 기준, Bosch 소속 전 세계 직원수는 약 42만명이고, 자동차 부품 업체로는 세계 1위 업체이며, 주요 경쟁업체는 일본의 Denso, 캐나다의 Magna 등이다. 2022년 회계기준으로 Bosch 매출, 약 100조 원 대비, 2위 일본 Denso 는 절반이하인 50조 원 수준, 10위 한국 현대모비스는 3분의 1 이하인 33조 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독일 Bosch 가 4~5%, 일본 Denso 가 6~7%, 한국 현대모비스가 2022년 기준, 3.9% 이다.

+ 독일 Bosch 기업 역사 동영상 (영어) : https://youtu.be/tJPxRuS0oSg

https://youtu.be/AVOUyfbzNX8

 

 

 

 

 

 

 

비상장 회사이지만, 매년 연차보고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으며, 주주를 위한 내용이 아니고, 홍보 목적이라 그런지 민감한 상세 정보는 거의 없고, 주로 홍보성 사회 공헌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무튼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Bosch 는 크게 4가지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다. 매출의 60% 가까이 차지하는 자동차 부품사업 (mobility),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가전기기 (consumer), 나머지가 에너지 분야와 산업기기 (전동공구와 측정기) 가 각각 8% 미만이다. 지역별로는 전체 매출의 절반이상이 유럽에서 발생하고, 다음이 30% 조금 넘게 아시아, 북미지역 매출은 20%가 안 된다.

 

안 만드는 제품이 없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이미 1930년대부터 Bosch 는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을 판매했는데, 자동차용으로 생산했던, 공기 압축펌프 기술과 전기모터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자동차 엔진 연료 공급용 소형 모터 기술을 활용한, 이발·미용에 사용되는 소형 바리깡 (영어로는 트리머) 등이 상당히 잘 팔렸다고 하는데, 이러한 제품들은 그 후, 산업용 전동공구 제품으로 진화하였다. 참고로 2022년, 독일 판매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인기 순위에서 1위 제품이 모두 Bosch 제품이다.

1930년대 개발된 Bosch 의 가정용 냉장고 (세탁기 아님) 와 이발용 트리머 모습

 

Bosch 의 미래

2023년 4월, Bosch 는 미국 TSI semiconductors 를 인수한다고 발표한다. 해당 업체는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150km 떨어진 작은 도시, Roseville 에 있는 전기차용 SiC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직원 250명 규모의 중소형 반도체 제조사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동차 시장이 Bosch 의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어, 아직 대응 기술이 부족한 Bosch 가 기업인수를 통해 빠르게 관련 기술 내재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동차 관련 회사가 반도체 기술을 내재화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보니, 업계에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참고로, 현재 SiC 반도체 생산, 세계 1위 업체는 독일 남부에 있는 Infineon Technologies 이다. 독일 Bosch 본사와 아주 가까이 있는 회사. 반면, 미국 TSI semiconductors 는 SiC 반도체 생산 순위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는 비상장 기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Roseville 에 있는 TSI 공장 모습 (왼쪽)과 생산 제품 (오른쪽)

+ Bosch 의 반도체 사업 동영상 : https://youtu.be/kj7DyxdQv7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