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가전기기 업체, 일본 발뮤다 (Balmuda)
※ 아래 내용은 발뮤다 창업자, Gen Terao 가 쓴 책, 「行こう、どこにもなかった方法で (가자, 어디에도 없던 방법으로)」의 내용을 참고 하였음.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가전기기를 예쁘게 디자인하고 기능을 보완해서 비싸게 판매하는 회사이다. 제품 생산은 직접 하지 않는다. 2021년 연말 기준, 본사 직원은 160명 내외이고, 연매출 2천억원 수준의 중소기업. 창업은 2003년 3월이며, 17년이 지난 2020년 12월 도쿄 주식시장에 상장 했다. 창업자 Gen Terao (테라오 겐) 사장을 제외하면, 1대 대주주는 한국의 백화점 유통업체, '한국리모텍' 이다.
발뮤다의 사장, Gen Terao (1973년 이바라키현 류가사키시 출생) 는 일본 경제계에서 "풍운아" 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인물로, 학력이 고교 중퇴인 것이 한 몫하는 것 같다. 4형제 중의 장남이며, 부모님이 서양 난초 등의 꽃을 키우는 농장을 했다고 한다. 어릴 때는 매년 가족들 모두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다고.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때 부모가 이혼, 그 뒤로 아버지와 살았다고 한다.
일본 경제잡지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헤어져 살던 어머니가 하와이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사람의 단 한가지 명확한 미래는 언젠가는 죽음과 만난다는 것" 을 실감하고 방황을 하다, 17세에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어머니의 사망 보험금으로 무작정 남유럽과 모로코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했다고 한다.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정해진 직업없이 인디밴드를 따라다니며, 버스킹 등을 하며 생활하다가 26살이 되던 1999년, Beach Fighters 라는 정식 밴드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하지만 결성 1년만에 드러머가 탈퇴하면서, 밴드는 해체했다. 탈퇴한 드러머 Jun Okumura 는 발뮤다 창업에 합류하여 현재 디자이너로 근무중이라고 한다.
밴드 해체 뒤, Gen Terao 는 네덜란드 디자인 관련 책을 보며, 독학으로 상품 디자인 공부를 했고, 그러던 중 도쿄 서부에 있는 'Kasugai 제작소' 도움을 받아 2003년 3월 발뮤다 (Balmuda) 를 창업했다. 창업한 뒤 첫번째 히트상품은 2010년 4월 출시한 Green Fan 이라는 선풍기였다. 이 선풍기는 당시 로봇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BLDC 모터를 적용하여 소음이 거의 없으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바람의 느낌으로 전세계의 각종 디자인 상을 휩쓸었고, 부유층에 어필하는데 성공하면서 히트상품이 됐다. (출시 당시 발뮤다 선풍기 가격은 타사의 소형 에어컨 보다도 비쌌음)
일본 TV 와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창업 동기에 대한 질문에, Terao 사장은 "100년 가까이 큰 변화없는 일상 생활용품을 대상으로, 사람들이 갖고 싶은 디자인과 기술적 진보를 보여줄 수 있으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의 상품을 사줄거라도 생각했다" 고 대답한다. 그래서 출시한 제품들이 선풍기, 조명 스탠드, 토스터, 커피 메이커 등이었고, Terao 사장의 예상은 일본 시장에서 어느 정도 통했다.
하지만 당시 일부 제품의 생산을 중국업체에 맡겼던 것이 화근이 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디자인의 싸구려 중국 복제품이 넘쳐나게 된다. 결국 2015년을 시작으로 Balmuda 제품 생산은 대부분 일본 내 (주로 야마가타현에 있는 업체) 의 여러 금형 업체와 제조 업체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현재 한국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샤오미 선풍기는 일본 발뮤다 Green Fan 의 복제품이라고 봐야한다.
가끔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일본을 제외한 발뮤다 제품의 최대 수입국은 한국이다. 2022년 상반기 기준, 발뮤다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이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 매출은 매년 3~4% 성장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한국은 매년 12~15% 수준의 매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언젠가 일본보다 한국에서 발뮤다 제품이 더 많이 팔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유독 한국에서 발뮤다 제품이 많이 팔리는 이유에 대해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발뮤다 사장을 제외하면 한국 업체가 최대 주주라는 것이다. 한국의 백화점 유통업과 도매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인 '한국리모텍' 이 바로 그 한국 업체이며, 현재 발뮤다 코리아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2021년 기준 연매출액은 517억원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자취생들의 로망, 발뮤다 토스터 (34 ~ 83만원) 와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가정용 커피 메이커, 더 블루 (The Brew. 가격 약 78만원) 가 인기.
하지만, 한국과 달리 일본 내에서의 발뮤다 제품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린다. 일단 가성비를 종교처럼 신봉하는 일본 소비자 입장에서는 발뮤다 제품은 그냥 허세를 부리기 위한 장식품. 더구나 발뮤다 제품을 쓰레기 취급하는 분위기는 최근에 발뮤다가 휴대폰을 출시하면서부터 더욱 강해졌다. 성능은 저가형 휴대폰급인데 가격은 아이폰급이니 당연한 대중들의 평가일 수도 있다. 일단 유튜브에서 일본어 발뮤다(バルミューダ)로 검색을 하면, 무수히 많은 일본 유튜버들 동영상이 나오는데, 부정적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발뮤다로 검색하면 완전히 반대이다. 물론 발뮤다는 가성비 따지는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드는 곳은 아니지만, 아무튼 한국과 일본의 발뮤다 제품 이미지는 많이 다른 듯하다.
+ 일본 유명 가전기기 비교평가 유튜버들은 대부분 발뮤다 토스터 보다, 일본 알라딘 토스터를 추천한다. 알라딘 토스터는 발뮤다 제품보다 약 10만원 정도 더 저렴하지만, 일반 토스터보다는 2배 이상 비싸다. 발뮤다와 성능차이는 거의 없고, 발뮤다처럼 번거로운 물 주입이 필요없으며, 빵에 치즈같은 토핑을 하는 경우는 알라딘의 경우가 더 잘 구워진다고 한다.
2021년 12월, 발뮤다의 스마트 폰 출시 인터뷰 동영상 : https://youtu.be/s0Kt6b_o50o
아래 주가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2022년 상반기 기준 발뮤다 주가는 2020년 상장가보다도 훨씬 아래에 있다. 아마도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의문을 품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얼마전 뜬금없는 휴대폰 제품 출시도 이런 맥락에서 주가 방어를 위해 추진된 듯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유독 한국에서만 사랑받는 분위기가 계속 유지된다면, 휠라(Fila) 처럼 언젠가 한국 기업이 외국 본사를 인수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주가로는 발뮤다의 1년 매출인 2천억원만 있으면 지분 70% 이상 인수가 가능하다.
+ 일본 도쿄 아오야마에 있는 발뮤다 더 스토어 동영상 : https://youtu.be/6yOqZR-DIX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