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 입장에서 포항에 가볼말한 곳 (포항여행)
얼마 전에 비긴어게인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소향이라는 여가수가 멋진 POSCO(구 포항제출) 산업시설을 배경으로 버스킹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그곳, 포항. 서울 사람 입장에서 갈만한 장소를 몇 곳 적어보니, 포항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에게 도움 되기 바란다.
1. 철길숲길 (조경이 좋은 산책로)
포항의 남구-북구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조경이 잘되어 있는 산책로이다. 남구의 효자교회 쪽으로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주차장은 주변 골목이나 효자교회 주차장도 특별히 출입제한을 하고 있지 않으니, 주차해도 무관해 보인다. (※ 최근 남쪽은 지금은 운영되지 않는 효자역 근처까지 연장되어 조성되었다. 조경을 위해 심어 놓은 비싼 조경수를 뽑아서 훔쳐가는 사람이 있는지, 경고문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남쪽으로 새로 연장된 철길숲길은 흙길도 있는 듯한다)
다른 도시는 산책로라고 하면, 주로 그 도시를 가로지르는 큰 강을 주변으로 조성이 되어 있는데, 포항은 형산강도 있고, 동해 바다도 있는데, 내륙쪽에 산책로를 조성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KTX가 포항에 들어오면서, 이전에 있던 철로와 예전 기차역을 폐쇄하게 되었고, 그 철로 주변의 땅을 지자체가 공여 받으면서 거주민을 위한 산책로와 공원으로 조성한 것 같다. 지방에 있는 산책로 치고는 조경도 잘되어 있고, 폐 철로 주변을 산책로로 조성한 것이라, 색다른 맛도 있다. 좀 특이한 점은 여기는 서울처럼 자전거로와 보행자로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겸용이라고 한다. 가보면, 이상하게 사람들이 모두 자전거로에서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자전거로가 없다고 봐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아마도 폐 철로 공간에 조성하다보니 폭이 좁아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처럼 보인다. 타지 사람이 보면, 좀 엉망진창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포항 사람이 타지역 산책로에서 포항처럼 자전거 전용로를 들어가 걸어 다니면 아마 벌금을 물거나 욕먹을 수 있다)
2. 영일대 해수욕장
포항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북부해수욕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 포항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지만, 여기서 실제로 해수욕을 하는 사람은 모두 외지 사람이다. 물이 더러운 것은 아니지만, 바로 옆에 POSCO(구 포항제철) 공장과 산업단지가 있어서인지 포항 사람들은 여기서 해수욕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낮에 가면 흔한 지방도시의 난잡한 간판으로 어지러운 곳이지만, 밤에 가면 산업단지의 특이한 야경이 멋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 오션뷰를 가진 카페나 오픈탑 카페에 들어가서 바닷바람과 야경을 즐기며 차한잔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곳 역시 야경을 망치는 무질서한 간판이 너무 많다. 뭔가 지역 이미지를 망치는 간판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말에는 되도 않는 버스킹이나 시끄러운 라이브 공연이 몇 십미터 간격으로 있어서, 너무 시끄럽고, 시골 장날 같은 분위가 연출되기도 하니, 휴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만일 어쩔 수 없이 휴일 밖에 시간이 안 된다면, 버스킹을 하지 않는 북쪽 방파제 쪽으로 가서 주변을 산책하거나 오션뷰 카페에 가는 것을 권한다. 참고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름철 한철장사 하는 물회 전문 음식점도 모두 이 곳, 영일대 해수욕장 주변이 몰려 있다.
3. 근대문화역사거리 (일본인 가옥거리)
드라마 촬영지로 더 많이 알려진 것 같은데, 가장 최근 드라마로는 공효진, 강하늘 주연의 “동백꽃 필 무렵”, 옛날 드라마들도 비교적 잘 보존된 어촌마을 특유의 주변 경관 때문에, 여기서 촬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본래 구룡포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근대식 어촌마을을 조성하여 꽁치와 정어리, 청어 등을 많이 잡아서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포항이 과메기로 유명한 것도 이런 생선이 너무 많이 잡혀서 생물로만은 보관이 어려워서, 오래 두고 먹기 위해 반건조시켜 먹던 것이 유래라고 한다. 아무튼 그 당시에 꽤나 큰 일본인 마을이 있던 곳이었는데, 그 당시의 일본식 주택과 한국(경상도 지역)의 근대식 주택이 많이 남아 있던 것을 포항시가 관광 자원으로 개보수하여 조성한 곳이다. 막상 가보면 그다지 넓은 영역은 아니지만, 일제 강점기 때 항구마을은 이렇게 생겼었구나 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곳이다. 실제 가보면 왜 드라마 촬영지로 애용되는지 실감할 수 있다.
주변에는 과메기 박물관도 있고, 영덕대게를 파는 곳도 많으니 한번 들려보는 것도 좋다. (※ 주변에서 많이 파는 “모리국수(정체모를 생선(잡어)을 왕창 넣고 끓인 다음 고춧가루라 국수 넣고 먹는)” 는 먹지 마라. 반드시 후회한다)
4. 호미곶 해맞이 광장
호미곶(虎尾串)이라는 장소명칭 자체가 호랑이 꼬리처럼 튀어나온 곳이라는 의미인데, 말그대로 한반도에서 가장 동쪽으로 튀어나온 곳에 조성된 광장 (공원이 아니고 광장). 포항하면 주로 연상되는 하늘을 향해 무언가 들어 올리는 듯 한, 손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 곳이 호미곶이다. 많이들 이 손 모양의 조형물이 바닷물에 잠겨 있는 하나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가보면, 그 조형물은 육지 쪽에도 하나 더 있다. 막상 가보면 별 건 아니지만, 앞에서 설명한 “근대문화역사거리”를 거쳐서 한번 가볼만 하다. 한반도의 가장 동쪽 끝 호미곶에는 카페도 있고, 편의점도 있다. (※ 광장 주변 가로등에 스피커가 있고, 이 스피커로 음악이 나오는데, 대부분 트로트 비슷한 지방스러운 음악이 계속 나온다. 광장 관리 업체든 담당 공무원이든, 제발 자기 개인 취향으로 음악을 고르지 않았으면 한다. 모처럼 멀리 관광 온 사람들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5. 보경사 & 내연산 & 경북 도립 수목원
포항은 동해바다를 끼고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데, 보경사와 내연산은 포항의 거의 북쪽 끝에 있다. 조금만 더 가면 영덕이 나온다. 경북지역은 그다지 등산을 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 여기 내연산은 등산을 취미로 생각하는 나도 아주 좋아하는 산이다. 더구나 등산로 시작하는 곳에 있는 보경사도 산중턱이 아니라, 거의 평지에 있어서, 등산을 싫어하는 지인들과도 갈 수 있어서 아주 좋다. 서울 인근 수도권 주변의 유명한 등산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곳이다. 행정구역상 포항은 아닌 듯하지만, 보경사에서 조금만 더 가면, “경북 도립 수목원”도 있는데, 봄과 가을 날씨 좋고 미세먼지 없는 날 가면, 정말 좋다. 경기도에 있는 광릉수목원보다 규모는 작지만, 오히려 더 아기자기하고, 울릉도와 독도 식물도 조성되어 있어서, 가볼만 하다.
6. 포항 시립미술관 & 환호공원
포항도 여느 지방도시처럼 시립 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좀 차별화 된 것이 철강도시 이미지를 살린 금속제 조형물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 자체가 녹지 조성이 잘되어 있고, 바로 바다가 옆에 있어서인지 다른 도심지 공원처럼 난잡한 이미지가 없다. 미술관은 규모는 작지만, 깔끔하게 관리가 잘되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나름 특색있는 전시물도 1~2시간 보내기 딱 좋은 곳이다. 미술관 주변에 있는 좀 큰 베이커리와 카페도 추천한다. 커피도 일품이고, 빵도 맛있다. 포항에 의외로 괜찮은 베이커리가 많다. (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의 야외무대에서는 주로 주말에 버스킹 공연이 있는데, 여기도 역시나 지방스러운 성인가요 장르의 음악이 너무 시끄럽게 들린다. 이런 음악 들으러 공원 가는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7. 죽도시장
포항에 처음 온지 얼마 안됐을 때, 죽도시장을 처음 가보고 규모에 깜짝 놀랬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단 인구 50만의 포항시의 규모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시장이 크다. 일단 바닷가 지방 도시답게 수산물을 취급하는 곳이 가장 많고, 울릉도에서 유입되는 특산품이 가장 많이 유통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포항-울릉도간 배편이 아침, 저녁으로 하루 2번 있다고 하는데, 울릉도 사람들도 대부분 여기 죽도시장에서 장을 본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대구시에서도 1~1.5시간 거리의 포항 죽도시장으로 해산물을 구입하러 많이 오는 모양. 포항 현지인보다는 외지인 거래가 많은 시장답게 규모가 상당하고, 공영 주차장도 여기저기 많이 있다. 내륙이 고향인 사람들은 죽도시장에 가면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단점은 날씨와 상관없이, 바닥이 축축해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하고 청결한 느낌은 아니니 이런 점은 각오하고 가야한다.
서울 사람 입장에서 죽도시장에서 가장 볼만했던 것은, 고래고기 전문가게, 문어 전문가게, 개복치 전문가게 등이다. 고래고기 하면 울산이 더 유명한 듯하지만, 여기 죽도시장에도 고래고기 전문 가게가 있다. 그리고 해산물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은 여기서 파는 문어가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포항에서는 흔하게 음식점 반찬으로 나오는 창포묵처럼 보이는 반찬이 사실은 “개복치”라는 엄청나게 큰 생선의 살인데, 식감도 생선살이라고 하기보다 좀 사각거리는 묵에 가깝기도 하다. 죽도시장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개복치가 밑반찬으로 나오는 것 같다.
8. POSCO 역사관 & 공장 견학
서울 사람들이 많이들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국내 최대 철강제조회사 POSCO 본사는 서울이 아니고 포항에 있다. 사실 실제적인 본사와 서류상의 본사라는 의미에서는 이견이 있겠지만, 아무튼 POSCO 본사 옆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일본에게 받은 돈을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POSCO 건설에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알 수 있는 POSCO 역사관이 있다. 사실 한 기업의 홍보시설을 포항의 가볼만한 곳으로 이야기하는게 옳은 것인가 잠깐 고민했지만, 사실 POSCO는 말만 민간기업일 뿐 실제로는 국영기업에 가까운 업체로 지금도 POSCO 직원들은 국가의 역군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가지고 있다. POSCO 역사관에 가면 필자가 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있는데, 포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미리 POSCO 공장견학 예약을 하면, 포항에 와서 제철공장 내부 견학이 가능하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POSCO 공장 내부를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 육안으로 보는 거대한 시설을 보며, 머릿속에서는 이미 애국가가 BGM이 깔리고 있었다.
9. 영일대 호텔 & 연못 정원
포항의 가장 유명한 명문대 POSTECH(구 포항공대) 근처에는 예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서울(청와대)에서 헬기를 타고 포항제철에 시찰을 올 때면, 숙박을 했다던 전용별장이 “영일대 (서울로 치면 ”삼청각“ 같은 곳)” 였다고 한다. 영일대 호텔은 그 박정희 대통령의 포항 별장을 개조하여 만든 힐튼호텔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인데, 그 호텔 바로 옆에는 독일식 조경이 된 연못 정원이 있다. 이 정원은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될 당시에 포항제철의 박태준 회장이 독일의 조경 전문가 자문을 받아 조성했다고 하는데, 가보면 아직도 독일식 정원 느낌이 난다.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조경이 잘되어 있는 예쁜 곳이다. 특히 가을 단풍들 무렵에 가면 정취가 너무 좋다. 영일대 연못쪽 카페도 있으니, 거기서 차를 마시며, 정원과 연못을 즐기는 것도 좋다. 넓지 않지만, 주차장도 구비되어 있으며, 호텔내에 있는 중국요리집에서 파는 박태준 메뉴(정확한 메뉴명을 까먹었다)도 즐길만하다.
10. 서핑의 명소, 용한1리
이곳은 아직 정식으로 개발이 된것도 아니고,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다. 정확한 위치는 포항 영일만항 인근의 “경북 어업기술센터” 근처의 해변인데, 성수기인 여름뿐만 아니라 4계절 내내 서핑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주변 도로가 차들로 가득하다. 특히 캠핑카를 타고 와서 장시간 머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지난 여름에는 외국인들도 꽤 많이 보였다. 아직은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이지만, 바로 옆에 해외로 오가는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영일만항이 있고, 주변에 편의점이나 카페, 음식점도 있다. 최근에는 서핑관련 용품을 취급하는 가게도 급증하고 있다.